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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9. 23. 19:38

추억은 빛이 바래면서 꿈을 꾼 듯 아련히 느껴질 때 더 아름답다. 다시 채색할 수 없다는 서글픔으로 더욱 그러하다. 세월이 가면서 빛이 바래는 것은 추억만은 아니다. 


자동차 내,외부의 플라스틱 트림과 고무 몰딩은 오랜시간 자외선에 노출되면서 빛이 바랜다. 세월의 흔적으로 치부하기에는 차의 디테일에 관한 한 적지 않은 마이너스 요소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암실에 가두지 않는 이상 막을래야 막을 수 없는 것을. 대쉬보드의 경우엔 커버를 덮어 두면 3년이 지나도 변색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아무것도 덮어놓을 수 없는 외부 플라스틱 트림이나 고무는 어떻게 해야할까.. 플라스틱, 고무 보호제를 발라두면 탈색을 조금이라도 지연시킬 수 있다. 이들 제품은 대개 자외선 차단제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리콘오일이나 착색제, 침투제 등의 사용으로 재질의 색상을 보다 진하게 만들어준다. 신차때부터 꾸준히 발라주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미 하얗게 바래버린 플라스틱 트림은 어떻게 해야할까. 앞서 언급한 대로 플라스틱, 고무 보호제를 바르면 나아진다. 허나 제품마다, 플라스틱의 상태마다 나아지는 정도에 차이가 있고, 무엇보다 지속성에 있어서 그리 만족할만한 제품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이다.


석달 전 카울 트림에 블랙와우를 발라두었는데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다. 카울 트림 같은 곳은 햇빛을 정면으로 받는 부위이기 때문에 블랙와우 같은 강력한 드레싱제를 발라도 오래 가질 않는다. 바른지 1주일만에 저렇게 된 것인지, 한달만에 저렇게 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블랙와우는 유성 제품으로 수성(유화제에 의해 물이 혼합된 형태) 플라스틱, 고무 보호제보다 지속성은 좀 더 긴편이지만 카울 트림 부위에서의 지속성은 그리 길지 않은 편이다.







열풍기를 이용한 원천적인 복구 방법



이렇게 변색된 플라스틱 트림을 원천적으로 복원하는 방법은 열풍기(heat gun)를 이용하여 플라스틱 부위에 강한 열을 쏘여주는 것이다. 직접 체험한 바는 없지만 수많은 해외 동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일단 먼저 감상해보자.







위와 같은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검증된 방법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플라스틱 표면에 높은 열을 가함으로써 표면을 녹여 플라스틱을 재생하는 효과이므로 원천적인 복원으로 볼 수 있으나 다시 자외선에 반복 노출되면 점점 뿌옇게 변할 수 밖에 없다. 기존에 열풍기를 가지고 있는 분이라면 시도해봄직하나 이것 때문에 열풍기를 구입하는 것은 선뜻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다. 또한 250도 전후의 높은 열을 이용하는 것이므로 도장면이나 고무 부위에 닿지 않도록 하며 한 곳을 집중적으로 쏘지 않고 서서히 움직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DIY 플라스틱, 고무 드레싱제 만들기



심하게 변색된 플라스틱 트림이나 고무 몰딩은 사실 유성 드레싱제를 발라놓아도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좀 더 나은 제품은 없는 것인지 인터넷을 검색하다 마찬가지로 유튜브에서 DIY 드레싱제에 대한 동영상을 찾았다. 일단 먼저 감상해보자.




페인트 신너 60%, 보일드 린시드 오일 40%의 비율로 혼합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DIY로 드레싱제를 만드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 상용제품보다 뛰어나야 의미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동영상을 봤을 때는 DIY로도 쓸만한 드레싱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으나 기존 상용제품과 비교해서 어떨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린시드 오일은 건조속도가 빠른 편이고, 단단한 도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유화와 목공예 마감시에 많이 사용되는 오일이다. 린시드 오일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도막은 두꺼워지는 대신에 점도가 높아져 발림성이 떨어진다.



마침 드라잉 린시드 오일(보일드 린시드 오일과 어떤 차이인지는 잘 모른다. 성질이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어 테스트해봤다.)과 락커 신너를 가지고 있기에 드라잉 린시드 오일 40%, 락커 신너 60%의 비율로 섞어서 드레싱제를 직접 만들어봤다.

 




조수석쪽의 카울트림엔 블랙와우를, 운전석쪽은 DIY 드레싱제를 발라보기로 했다.






조수석 쪽에 블랙와우를 발랐다. 와이퍼 암까지 발랐는데 색상이 아주 진해진 것이 예쁘다. 






이번에는 DIY 드레싱제로 운전석쪽을 바를 차례이다. 린시드 오일이 갈색을 띠고 있어서 액의 색상이 누리끼리하다. 점도는 거의 물과 같다. 냄새는 강한 신너 냄새가 난다.





이번에도 와이퍼 암까지 발라보았다. 사진상으로는 판별하긴 어렵지만 실제 봤을 때 색상의 진하기는 블랙와우가 좀 더 진한 편이다.






블랙와우를 바른 쪽은 유성 실리콘 오일 성분으로 번들거린다. 이렇게 바른 후 축축한 타월로 한번 버핑을 해주면 번들거림은 줄어드는 대신 진하기는 조금 떨어지게 된다.


 





DIY 드레싱제를 바른 쪽은 조금 덜 진하지만 표면이 번들거리지 않는다. 만져봤을 때에도 유분기가 느껴지지 않으며 마른 표면을 만지는 느낌이다. 






이제 블랙와우와 DIY 드레싱제의 지속성을 지켜보자.







드레싱제를 바른지 만 4일이 지났고 4일 내내 야외주차를 하였으며, 그 사이 장거리 운행(약 420km)이 있었고, 샴푸 세차를 한번 했다.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해봤다.




블랙와우를 바른 곳은 액이 완전이 마른 부위와 아직 마르지 않은 부위가 섞여 얼룩으로 보였다. 상당 부위가 다시 하얗게 원래의 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깔끔함을 위한다면 다시 발라주어야 할 타이밍이다. 








이번엔 DIY 드레싱제를 바른 곳을 확인해보았다. 예상 밖의 결과였다. DIY 드레싱제를 바른 쪽은 색상의 변화가 크지 않았다. 약간 옅어지기는 했지만 하얗게 본색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런데 드레싱제를 바르면서 도장면에 액이 살짝 묻은 부위가 있는데 그 부위가 하얗게 보였다. 손으로 문지르니 닦여지지 않았고 코팅액이 마른 듯 약간 거친 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린시드 오일 특성상 오일의 형태로 유동적인 물성을 유지하지 않고 오일이 굳으면서 코팅막을 형성한 것으로 보였다. 즉, 플라스틱 표면 위로 얇은 코팅막을 형성함으로써 오일 형태의 상용제품과는 달리 손으로 만져도 미끄럽고 건조된 표면을 만들어낸 것이다. 유분이 얇게 발려진 상태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코팅막을 형성하기 때문에 강한 열에 휘발되거나 세차에 씻겨나가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보다 정확하게 하자면, 드레싱제라기보다는 코팅제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듯 하다.






카울 트림의 중간 부위는 바르기가 불편해  꼼꼼히 바르질 못했더니 그 부위가 약간 색이 옅어졌다. 조수석쪽과 비교했을 때는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도장면에 닿을 경우 세차로는 닦여지지 않는 얼룩이 생기기 때문에 신경써서 바를 필요가 있다. 꼼꼼하게 보다 정교하게만 바를 수 있다면 괜찮은 물건이지 싶다. 필요하다면 붓을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DIY 드레싱제 사용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1. 신차급의 상태인 차량에는 불필요하며, 수성 드레싱제 사용을 추천한다.

2. 플라스틱의 색상이 약간 바랜 정도라면 유성 또는 수성 드레싱제를 추천한다.

3. 플라스틱 재질의 색상이 매우 뿌옇고 유성 드레싱제를 발라도 며칠 못간다. 이런 경우엔 DIY 드레싱제의 사용을 추천한다. 그러나 현재 사용중인 상용제품에 불만이 없다면 역시 강력히 추천드리지는 않는다.

4. 1차로 DIY 드레싱제를 바르고 2차로 수성 드레싱제를 덧바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다.

5. 제 차 같이 연식이 오래되어 플라스틱 트림이 거의 하얗게 바랜 차에는 쓸만한 솔루션이다.





이상으로 플라스틱, 고무 재질의 복원에 대한 포스팅을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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