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유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핸드폴리싱은 힘만 들고 결과는 시원찮다는 이유에서 일 것이다. “팔이 빠지도록 돌려야 한다.” “팔이 내 팔이 아니다.” “효과는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핸드폴리싱은 안 하는 게 남는 거다.” 오죽하면 핸드폴리싱을 ‘팔리싱’이라고 하겠는가. 핸드폴리싱을 하면 할수록 머신폴리싱에 대한 갈증은 더욱 심해지리라 생각한다. 머신 폴리싱을 위한 장비들은 점점 다양해지고 진화해왔지만 핸드폴리싱을 위한 도구는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저먼패드나 그와 비슷한 형태의 패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핸드폴리싱’이냐 ‘머신폴리싱’이냐는 사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핸드폴리싱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머신폴리싱은 누구나 할 수 없다. 장비 구입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무엇보다 맘 편히 머신폴리싱을 할 만한 장소는 어떻게 구한단 말인가? 어쩌다 한 번 기회를 얻어 머신폴리싱을 해볼 수는 있겠지만 그 어쩌다 한 번의 머신폴리싱이 차가꿈의 긴 여정에서 어떤 의미가 있을까? 폴리싱은 차가꿈의 긴 여정에 있어서 오르막길과 같다. 긴 여정에서 오르막길은 끊임없이 만나게 된다. 그때마다 히치하이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힘들지만 스스로 오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다.
Mike Phillips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디테일링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세계 최대 디테일링 용품 제조사인 맥과이어스사에 몸담고 있을 때 맥과이어스 온라인(MOL)을 통해 설파한 디테일링 이론은 알기 쉽고 매우 체계적이서 나의 차가꿈 지식의 큰 밑천이 되었다. 그는 지금 다시 세계 최대 디테일링 용품 쇼핑몰인 Autogeek에서 디테일링 강의, 온오프라인 쇼 호스트 등 예전보다 더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Mike Phillips는 핸드폴리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2016년 5월 29일자 그의 페이스북에 핸드폴리싱에 대한 그의 의견이 명확히 드러나 있다. 핸드폴리싱으로는 스월마크, 스크래치도 제대로 제거할 수 없으니 머신폴리싱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 글의 요지이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차가꿈 환경이 다르고 비즈니스적인 관점에서 폴리싱을 봐야 하는 그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디테일링 전문가도 핸드폴리싱을 외면하고 있으니 핸드폴리싱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서론이 길었다. 핸드폴리싱의 미래가 어두울지라도 나의 핸드폴리싱은 그렇게 어둡지만은 않다. 제법 깊은 스크래치도 별 장비 없이 극복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핸드폴리싱의 가장 큰 약점 중의 하나는 깊은 스크래치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일 것이다. 스월마크 같은 얕은 흠집들은 상대해볼만한데 깊은 흠집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나는 좀 다르게 생각한다. 핸드폴리싱으로 깊은 흠집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
시연을 위해 테스트 판넬을 사용하였다. 이것저것 테스트 하느라 성한 곳이 별로 없다. 깊은 스크래치를 내기 위해 화분에서 작은 화산석 하나를 꺼냈다.
스크래치를 약간 깊게(윗줄), 제법 깊게(아랫줄) 내봤다.
깊은 흠집을 그림으로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흠집이 하얗게 보이는 것은 긁히면서 흠집 주변부에 클리어코트 부스러기가 밀려 올라오고 스크래치 안쪽 벽이 지저분하게 긁혀 난반사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방으로 난반사가 일어나기 때문에 어느 방향에서도 흠집이 쉽게 보인다.
깊은 스크래치에 사용해볼 수 있는 조합인 멘제르나 FG400과 4인치 라이트 컴파운딩 패드로 핸드폴리싱을 해보았다.
많이 좋아졌지만 만족스럽지 않다. 두 번 반복해봤지만 광원에 직접 비출 때나 비추지 않을 때나 여전히 흠집이 잘 보인다. 여기서 두 번 더 반복하면 조금 더 효과는 있겠지만 그렇게 해도 흠집은 여전히 보일 것이다.
흠집이 완화된 것은 긁히면서 밀려올라온 클리어코트 부스러기가 제거되었고 흠집의 가장자리가 완만하게 연마되어 난반사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스크래치 안쪽 벽의 울퉁불퉁한 긁힘 자국은 남아있어 광원에 직접 비추지 않았음에도 흠집이 하얗게 보인다. 스폰지 패드로는 스크래치 안쪽 벽을 문지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효과가 부족한 방법으로 무한 반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느정도 깊이감이 느껴지는 스크래치엔 마이크로화이버 타월을 이용한 핸드폴리싱으로 직행해도 좋다.
올이 길지 않은 마이크로화이버 타월에 FG400을 묻혀 검지손가락으로 스크래치가 난 방향을 따라 왕복으로 문지른다. 이때 너무 세게 문지르면 새로운 흠집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약간만 힘을 주어 문지르는 것이 좋다. 한 번으론 효과가 부족하므로 2~3회 정도 반복한다. 손가락 하나만 쓰고 세게 문지르는 것이 아니라 그리 힘들지는 않다.
마이크로화이버 타월을 검지손가락에 감아 약제가 웬만큼 없어질 때까지 문질렀다. 2회 반복하였다. 돌 위쪽의 스크래치는 아래쪽보다 깊지 않았으나 마이크로 화이버 폴리싱 후에는 오히려 위쪽 스크래치가 더 잘 보인다. 아래쪽 스크래치는 더 이상 하얗게 보이지 않으며 스크래치가 있던 자국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다. 스폰지패드 폴리싱에 비해 효과는 아주 드라마틱하다. 힘은 덜 들고 효과는 더 좋다.
스폰지 패드와 달리 마이크로화이버 타월은 올이 스크래치 안쪽 벽면으로 파고 들어가 난반사의 원인이 되는 거친 표면을 문질러 줄 수 있다.
마이크로화이버 타월을 썼을 때 손가락 압력이 그대로 전달되어 스폰지 패드를 썼을 때보다 훨씬 강한 연마력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식의 연마는 도장면에 미세한 흠집을 수도 없이 만들어내기 때문에 후속 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후속작업으로 멘제르나 Medium Cut Polish 2500과 4인치 라이트 폴리싱 패드의 조합으로 핸드폴리싱하여 마이크로화이버 폴리싱으로 인해 생긴 미세 스월들을 제거하였다. (멘제르나 Medium Cut Polish 2500은 PO203 Power Finish의 신버전이라고 한다. 맥과이어스 제품으로 치면 Ultimate Compound로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다.) 또한, 돌 위쪽의 스크래치에도 마이크로화이버 폴리싱 후 후속작업을 하였다.
돌 위쪽 스크래치는 각도를 잘 맞춰야 스크래치 흔적을 찾아볼 수 있고 언뜻 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돌 아래의 깊은 스크래치는 워낙 깊었으므로 스크래치의 흔적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광원에 직접 비추지 않는 경우에는 스크래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형광등이 아닌 자연광에서는 스크래치 흔적이 더 잘 드러날 수 있다.
판넬을 세웠을 때에는 자연광에서는 보는 각도에 따라 아래 사진처럼 스크래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테이프는 돌의 위치와 같은 부위에 있음.)
그러나 보는 각도에 따라 테이프 아래 스크래치도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마이크로 화이버를 이용한 핸드 폴리싱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어느 각도에서나 스크래치 흔적이 보이지 않게 하려면 스크래치 깊이만큼 스크래치 주위를 연마해야만 하는데 실낱같은 스크래치를 제거하기 위해 주변의 무고한 클리어코트를 연마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머신 폴리싱으로 스크래치 흔적을 보이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패드의 크기(직경 4~7인치)만큼의 클리어코트가 스크래치의 깊이만큼 연마되어야 한다.
마이크로화이버 대신 샌딩페이퍼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1500방이나 2000방의 샌딩페이퍼로 스크래치 부위를 스크래치가 보이지 않을 만큼 계속 연마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 역시 효과적이기는 하나 후속작업으로 컴파운딩 작업과 폴리싱 작업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꽤나 번거롭고 잘못 샌딩했을 때의 위험성은 매우 크다.
오너라면 샌딩보다는 마이크로화이버 타월을 이용한 스크래치 완화작업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핸드폴리싱이라고 해서 오로지 스폰지 패드로만 문질러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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