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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 20. 15:56



아내가 세차를 부탁했습니다. 웬만해선 그런 부탁을 하지 않는 무던한 사람이지만 더는 못 참겠다는 눈치였습니다. 요즘 같은 때는 기온이 다 오르기 전 휴일의 오전 시간은 세차하기 딱 좋은 시간인 것 같습니다. 부랴부랴 세차장에 도착해보니 마침 베이가 하나 비어 있었습니다. 세차를 마치고 물기만 닦고는 여느 때처럼 지하주차장 작업하기 좋은 곳에 자리 잡았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세차를 한 터라 클레이바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보닛 표면을 손끝으로 쓱 스쳐보니 보통 까칠한게 아니네요. 기온이 낮아 파인(fine) 등급의 클레이바도 딱딱하기만 한데요. 뜨거운 물에 담아 놓고 주물거리면 그래도 쓸만한 상태가 됩니다. 그러나 물의 양이 적어 온기가 그리 오래 가질 않네요. 중반부터는 손바닥의 온기로 힘들게 주물거리며 겨우 클레이바 작업을 마쳤습니다.

 





타월을 여러 장 번갈아 쓸 때 항상 불편함과 번거로움을 느꼈습니다. 디테일링 테이블을 꺼내 놓으면 조금 나아지긴 하지만 차문을 열었다 닫았다, 테이블에 왔다 갔다, 주머니에 구겨 넣었다 뺐다 이것저것 해보지만 그냥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걸 하나 만들어봤습니다. 세탁소 옷걸이를 자르고 구부려서 만들었습니다.

 





만들어야지 늘 생각만 하다가 마침내 행동으로 옮겼지요. 앞도어나 뒷도어 유리창 적당한 곳에 걸어놓고 쓰면 됩니다. 이걸 걸어놓고 작업해보니 완벽한 편안함까지는 아니지만 지금까지 궁리해낸 방법 중에서는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유리창을 반쯤 열고 유리창에 그냥 걸쳐놓는 방법도 있지만 유리창 가장자리에 타월이 닿는 것 또한 탐탁지는 않습니다. 두어 개 만들어 왼편에 하나 오른편에 하나씩 걸어놓으면 더 편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만든 브러쉬 보관통도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브러쉬를 세척하고 물기를 털어내고도 여전히 속은 젖어 있지요. 젖은 채로 방치하면 나무부분이 부풀어 플라스틱 부분에 금이 갈 때도 있습니다. 브러쉬를 아래로 향하게 해놓으면 물기가 조금 많이 남아 있어도 물기가 잘 빠지지 않을까? 그래서 물기가 더 잘 마르고 브러쉬도 오래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 만들었는데 볼품은 없지만 그런대로 쓸만한 것 같습니다.





차를 한 바퀴 훑어보니 새로 생긴 흠집들도 여럿 보입니다. 그 중에서 기다란 스크래치가 유독 눈에 들어왔습니다. 손톱으로 그어보니 살짝 걸리는 것이 제법 깊어보였습니다. 제 모닝의 도장 두께는 대략 80~90 미크론(micron, 1/1000 mm)으로 얇은 편이고 부위에 따라 80 미크론 밑으로 찍히는 곳도 있습니다. 깊은 스크래치를 잡아보겠다고 강하게 연마하면 클리어코트가 다 깎이기 십상이죠. 타월을 이용한 핑거 폴리싱을 하되 흠집을 완화시켜 눈에 덜 보이는 선에서 마무리 짓기로 했습니다.


  



올이 짧은 타월에 멘제르나 PF 2500(Power Finish)를 옥수수 알갱이만큼 묻히고 스크래치가 난 방향으로 약간의 힘을 주되 부드럽게 왕복하며 문질렀습니다. 타월을 이용한 핑거폴리싱은  손가락의 압력이 직접 전달되는 방식이므로 세게 눌러 문지르면 생각보다 훨씬 강한 연마반응이 일어나고 클리어코트 10 미크론은 그리 어렵지 않게 제거할 수 있습니다. 컴파운드를 많이 쓰면 쓸수록 더 세게, 더 오래 문지를 가능성이 있으므로 조금의 양으로 작업하여 중간 중간 클리어코트의 연마정도를 확인해가면서 작업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 스크래치의 깊이를 느껴봤을 때 클리어코트보다 더 깊은 곳까지 파고 들었다 판단하여 조금 덜 보이는 선에서 핑거 폴리싱을 마쳤습니다. 핑거폴리싱 후 4인치 피니싱 패드와 멘제르나 SF4500의 조합으로 표면을 마무리했습니다. 스크래치는 여전히 보이지만 작업 전과 비교했을 때 한결 나아보였습니다. 작업 전에는 그냥 봐도 스크래치가 눈에 똻! 들어왔지만 작업 후에는 대충 보면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는 정도라고 할까요? ^^

 




이틀에 걸쳐 8시간쯤 지하주차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차가꿈을 마쳤습니다. 휠 클레이바 작업까지 하느라 제법 시간이 많이 흘렀네요.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고 하더니 차가꿈은 저에게 신선놀음 같은 그런 즐거움을 주는 것 같습니다.







차를 돌아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데 엉 저게 뭐지?? 고무마개가 어디로 갔을까??

고압수를 세게 쏘는 곳도 아닌데 어디로 도망을 갔을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저 고무마개는 캡-윈드쉴드 와이퍼 암(부품번호 98380 07000)이라고 합니다. 기아자동차 부품대리점에서 개당 300원에 팔더군요.  





새차도 꾸준히 돌봐주지 않으면 조금씩 천천히 헌차가 되고 맙니다. 헌차는 단지 오래된 차를 말하는 것이 아닌,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되어도 더 이상 주인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차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또 지금 비록 헌차라 하더라도 꾸준히 돌보다보면 더 이상 헌차가 아닌 ‘애차(愛車)’가 되겠지요. 


오늘 다시 한 번 다짐해봅니다. 모닝아! 오래되고 늙어가는 건 존재하는 모든 것의 숙명이란다. 언제 널 떠나보낼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거 하나는 약속하마. 떠나는 그 순간까지 넌 나의 애차란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