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J의 추억

가상의 상황입니다만 언젠가 있을법한 상황을 그려보겠습니다.

왁싱 작업을 열심히 끝낸 후 흐뭇한 감상을 기대하며 밝은 곳으로 차를 끌고나와 본넷을 지그시 쳐다봅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합니다. 동공이 확대되고 미간이 좁아지면서 입에서는 김빠지는 소리가 납니다. 흐릿한 형광등 불빛에서는 안보였던 왁스 얼룩이 본넷 여기저기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닙니다. 재빨리 퀵디테일러를 꺼내들고 급하게 수습해보지만 흐뭇한 감상은 이미 물건너갔습니다. 

FMJ를 추억하기 전에 왁스 얼룩(Wax smearing, Wax streaks)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보죠. 

* 왁스 얼룩 사진을 맥과이어스 온라인 포럼에서 어렵게 구했습니다. (점선과 설명은 제가 첨가하였습니다.)

모니터 밝기에 따라 잘 안보일 수 있습니다만 자세히 보시면 구별하실 수 있을겁니다.

버핑을 깔끔하게 끝냈다고 생각하였지만 위의 사진과 같은 얼룩이 남아있다면, 그리고 퀵디테일러를 사용해서 닦아보거나 동일한 왁스나 실런트로 다시 바르고 버핑했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여간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겁니다. 물론 퀵디테일러 또는 동일한 왁스나 실런트로 재왁싱하면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죠.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면 우린 먼저 기본에 충실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도장면은 깨끗하였는가?  - 탈지, 클레이바 사용 등이 필요한 경우가 있음.

2. 왁싱 전 제품을 충분히 흔들어주었는가? (액체형 왁스/실런트의 경우)

3. 도장면은 차갑고, 그늘에서 왁싱하였는가?

4. 너무 많은 양을 사용하지는 않았는가?

5. 버핑 전 손가락 끝으로 문질렀을 때 왁스 잔유물이 뭉개지지 않고 깨끗히 닦여나갔는가?

   - 기온이 낮거나 습한 환경에서는 왁스 건조가 상당히 지연됨. (참고 포스팅 : 왁싱하기 좋은날은?)

6. 깨끗한 버핑타월을 사용하였는가?

 위의 6가지 포인트를 통과하였다면 조금 더 자세한 사항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1. 레이어링 부조화

다른 왁스나 실런트가 도장면에 발려져있고, 이미 발려져 있던 왁스와 지금 바른 왁스와의 부조화로 인한 얼룩 현상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레이어링이 항상 성공적일 수는 없다.

2. 왁스(실런트 포함) 패드에 물이나 퀵디테일러를 분사하지는 않았는가? 

도장면에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왁싱하지 않았는가? - 발림성 향상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기는 하나 왁스에 따라 외부 수분이 과다하게 혼합될 경우 건조 지연 및 얼룩의 원인이 될 수 있음. 따라서 제조사에서 허용한 경우를 제외하고, 왁스에 물기가 혼합될만한 상황에서 왁싱했을 때 왁스 얼룩이 형성되었다면 물기가 혼합되지 않도록 재왁싱해볼 필요가 있음.

3. 제품을 마지막으로 사용한지가 얼마나 경과되었는가? 

수개월 이상 또는 수년 이상 방치되어 있었다면 사용 전 생각보다 혹독하고 오래도록 흔들어줄 필요가 있음.

4. 버핑시 스프레이 실런트 사용 여부

버핑시 스프레이 실런트를 뿌려가며 버핑할 경우 스프레이 실런트에 포함된 용제가 경화되지 않은 피막을 닦아내면서 얼룩을 형성할 수도 있음. 따라서 마른 타월로 버핑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면 마른 타월로만 버핑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마른 타월로만으로는 버핑이 어려운 경우에는 깨끗한 물 또는 해당 제품과의 궁합이 검증된 퀵디테일러를 사용해서 버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사항에서 딱히 걸리는게 없는데도 얼룩이 생긴다면 왁스를 의심해 볼 필요도 있습니다.

왁스 얼룩은 특히 고체형이 아닌 액체형 왁스나 실런트를 사용하는 경우에 더 잘 나타나는데 특히 유중수적형 에멀젼(Water in oil emulsion) 왁스/실런트에서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중수적형 에멀젼 왁스/실런트는 특별히 수용성 실런트(수중유적형 에멀젼 : Oil in water emulsion)라고 알려진 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액체형 왁스/실런트라고 봐도 무방한데요. 오일층 내에 적은 수분이 분산된 에멀젼 상태에서 장시간에 걸쳐 서서히 수분이 오일층 내에서 빠져나와 분리될 경우 피막의 주성분인 폴리머가 고농도로 도장면에 접촉되어 건조가 지연되거나 부분적인 급속경화 등으로 인해 얼룩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 전 혹독하게 흔들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혹독하게 흔들어도 다시 원래의 에멀젼 상태로 돌아가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제품이 언다거나 뜨거운 온도에 노출될 경우 에멀젼을 안정시키는 유화제(emulsifier)가 비활성화되어 에멀젼의 안정성이 파괴될 수 있으므로 실온(1~30℃)에서 보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왁스 얼룩에 대한 기본적인 대처 방법(선택적 적용)

1. 깨끗한 타월로 천천히 닦아본다 : 진공청소기를 빠르게 움직이면 놓치는 먼지들이 많은 것과 같은 이치

2. 깨끗한 물에 적신 타월로 얼룩진 부위를 부드럽게 닦고 마른 타월로 물기를 닦아내본다.

3. 퀵디테일러(스프레이 실런트 아님)를 얼룩진 부위에 분사하고 깨끗한 마른 타월로 닦아내본다.

4. 샴푸세차를 한다.

5. 그냥 둔다 : 시간이 경과하면서 얼룩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음.

6. 사용한 왁스를 충분히 흔들어주고 가능한 한 얇게 다시 한번 왁싱하고 충분하게 건조시킨 후 버핑한다.

FMJ의 추억

FMJ는 Menzerna Full Molecular Jacket의 줄임말로 미국의 Classic Motoring Accessories(CMA)사가 공급하던 수용성(Oil-In-Water emulsion) 실런트입니다. 브랜드는 Menzerna였습니다만 CMA에서 독일의 Menzerna에 브랜드 로열티를 지불하고 자체적으로 제조 생산하여 미국에서만 공급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독일 Menzerna 본사의 Product Line-up에는 FMJ가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가 FMJ를 처음 사용해봤을 때가 2008년 4월이었습니다. 마른 패드로 바르고, 마른 타월로만 버핑해도 힘들이지 않고 깔끔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최고의 작업성을 보여줬던 실런트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경험을 해왔습니다. 두터운 막감을 느끼게 하지는 않는 대신 카나우바왁스의 웻룩과 실런트의 산뜻하고 날카로운 리플렉션의 느낌이었습니다. 2008년 9월 프리챌 시절의 퍼펙트샤인 까페에서 FMJ를 최초로 공동구매하기도 했습니다.

 최상의 작업성이 주는 혜택

왁스를 바르는 행위는 도장면을 보호하고 외관을 더 보기좋게 만들기 위함임에도 불구하고 왁스를 바르고 닦아내면서 본의아니게 도장면에 미세한 스크래치를 입히는 양면의 칼날과도 같습니다. 더더구나 작업성이 좋지 않은 왁스나 실런트를 사용할 경우 왁싱 횟수만큼이나 스월마크도 점점 늘어가게 됩니다. 발수, 보호력, 지속성이 아무리 좋아도 왁싱 작업 중에 스월마크를 유발해서는 안되겠지요. 그런 점에서 FMJ는 도장면에 스트레스를 가장 적게 줄 수 있는 실런트 중의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말씀드리면, 재도색을 하는 경우 페인트의 용제가 완전히 빠져나가도록 일정기간 왁스나 실런트를 바르지 않는 것이 좋은데요. 최소한 1개월에서 3개월 정도는 그렇게 해주는 것이 칼라의 색감과 클리어코트의 투명도를 최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3개월 동안 왁스도 바르지 않고 맨도장으로 다녀야 한다는 얘기인데 디테일링을 즐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왁스 성분이나 연마제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Pure Polish를 바르는 것도 방법입니다. 광택감도 좋아지고 도장 표면에 피막이 형성되니 약간의 보호력도 기대할 수 있지요. 그렇지만 지속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세차시마다 발라줘야 계속 피막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Pure Polish로 볼 수 있는 제품으로는 Meguiar's #7 Show Car Glaze, #5 New Car Glaze, Deep Crystal Step 2 Polish 등이 있으며 Meguair's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글레이즈로 분류되는 제품들 중에 연마제와 왁스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셔도 무방합니다.

 FMJ는 칼라 색감을 더욱 진하게 하거나 스월마크를 감추는데는 효과적이지 않다.

아래는 Zaino Z-5를 바른 곳과 바르지 않은 곳의 비교사진입니다. 윗부분이 바른 곳이고, 아랫 부분이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곳인데요. 흠집을 제법 잘 감춰주고 있으며 그에 따라 색감도 더욱 진해보입니다. 대체로 스월마크를 잘 가려주는 왁스/실런트가 칼라의 색감 역시 더욱 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아래 사진은 FMJ를 바른 곳과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곳과의 비교사진입니다.

Zaino Z-5와 비교해서 흠집을 잘 가려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곳에 비해서 색감은 진해졌으나 Zaino Z-5보다는 약간 흐릿한 느낌입니다. 사진 상으로는 Zaino Z-5보다 FMJ를 바른 곳이 더 검게 보입니다만 촬영시의 각도, 빛 노출 등에 의한 차이일 뿐 실제 육안으로 봤을 때는 Zaino Z-5가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곳과의 색감 차이가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FMJ의 지속성

FMJ를 바르고 버핑한 직후의 결과물은 앞서 언급한 대로 산뜻, 촉촉, 날카로움을 가진 만족스런 결과물임에는 틀림없으나 세차 후에는 이러한 특성들이 급격히 감소합니다. 마스킹 테잎을 이용한 Wax film indicator 방식을 적용하여 2회 연속 카샴푸 세척, 주방세제 세척, APC 세척을 순서대로 실시한 결과 FMJ의 피막은 훼손되긴 하였으나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곳과 구별되었다는 점에서 FMJ의 피막은 존재한다고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Zaino Z-5에 비해서는 피막 훼손이 약간 더 있었습니다. 지속성면에서 FMJ는 아쉬움이 남는 실런트입니다.

 FMJ의 미덕

저에게 있어 FMJ 최고의 미덕은 왁스 얼룩을 절대로 남기지 않는다는 점을 꼽고 싶습니다.

많이 바르던, 적게 바르던, 습한 곳에서 바르던, 추운 곳에서 바르던 버핑 후의 도장 표면은 깨끗함 그 자체입니다. 작업자를 가리지 않고, 환경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 작업 조건에 예민하지 않다는 점이 매력적이죠. 작업조건(도장면의 완전 탈지, 건조시의 온습도 조건 등)에 예민하지 않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어떤 때는 저 역시 왁스 얼룩으로 김이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요. 그렇다고 세차를 다시 하는 것도 번거롭고, 퀵디테일러로는 제대로 해결이 되지 않을 때 FMJ로 왁싱하면 왁스 얼룩을 깔끔히 제거하면서 FMJ 특유의 광택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발수, 내구성, 광택감 등이 우수한 왁스/실런트로 1차 왁싱하고, 큐어링 타임(경화시간) 경과 후 FMJ로 레이어링하면 시각적으로 레이어링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수 있습니다. FMJ는 왁스 얼룩에 김 빠지고 왁싱에 지친이들을 위로해주는 진통제 같은 실런트(Pain Relief Sealant)입니다. 만족스러운 레이어링 조합 중의 하나로 Zaino AIO -> (Zaino Z-5) -> FMJ -> (Zaino CS) -> Zaino Z-8 Spray Seal의 조합을 꼽을 수 있습니다. Zaino Z-5와 Zaino CS는 옵션입니다. 

* 아래는 2008년도 당시 저의 애마였던 뉴 SM5에 Zaino AIO + FMJ + Zaino Z-8 Spray Seal를 적용한 후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들입니다.

FMJ를 간단히 추억해봤는데요. 지금은 공급처가 폐업하면서 구하기 어려운 제품이 되었습니다.

현재는 Blackfire Wet Dimamond 실런트가 FMJ의 계보를 잇고 있습니다. 냄새와 색깔은 달라도 공급처(CMA)가 같았다는 점, 같은 수용성 실런트라는 점, 작업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FMJ와 유사한 면이 있으며 Blackfire Wet Diamond 역시 왁스 얼룩을 남기지 않고 깔끔한 결과물을 선사합니다. Blackfire Wet Diamond에는 Polycharger가 포함되어 있어 지속성이 보강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