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스 레이어링(Wax layering) 이야기
본 포스팅은 2008년 1월 25일자 '왁스 레이어링 이해하기'의 Revision 포스팅입니다.
한 번은 허전하고, 두 번은 섭섭하고, 세 번은 발라야 왁스좀 발랐구나~ 했던 때가 있었다. 사실 두 번까지는 처음보다 더 나아진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세 번부터는 그 감흥이 그리 크지 않을 때가 많다. 바르면 바를수록 더 좋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면 아마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발랐을 것이다.
왁스 레이어링(겹바름)은 한층 더 견고한 피막을 형성하여 광택면에서나 보호력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가꿈 애호가들이 즐겨 쓰는 왁싱 기법이다. 물론 레이어링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왁스 효과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어떤 왁스던지 한 번의 바름으로 본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레이어링은 어디까지나 선택사항이다.
레이어링을 선택했다면 레이어링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왁스 피막이라는 것이 계측기로 측정할만한 두께를 가지고 있지도 않거니와 시각적으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닌 만큼 이왕 레이어링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레이어링이 잘 될 수 있는 조건들을 최대한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버핑 (buffing)
버핑은 대상 표면을 문질러 광택을 내는 행위를 말한다. 버퍼(buffer) 또는 버핑 머신(buffing machine)은 광택을 내는 기계 즉, 광택기나 폴리셔(Polisher)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버핑 패드(buffing pad)는 폴리셔에 부착하여 대상 표면을 연마하거나 다듬는 용도의 패드를 의미하며, 버핑 타월(buffing towel)은 도장 표면에 발라 놓은 왁스를 닦아내고, 투명한 광택이 나올 때까지 문지르는데 사용하는 타월을 일컫는다. ‘왁스가 건조되면 버핑하세요.’ 이 얘기는 (타월로) 건조된 왁스를 닦아내고 투명한 광택이 날 때까지 문지르란 얘기다.
건조시간 (Drying time)
왁스가 도포된 후 용제(솔벤트)가 휘발되고, 왁스 성분이 도장 표면에 피막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건조 중에 버핑할 경우 형성 중인 피막도 같이 닦여 나갈 수 있다. 이런 경우 도장 표면에 남겨진 왁스 피막이 균일하지 못해 얼룩을 남기는 경우도 있으며, 정상적인 피막에서 기대할 수 있는 광택감이나 보호력을 갖기 어렵다. 건조시간은 왁스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시간을 최대한 준수하는 것이 좋다. 왁스에 따라서 바르고 바로 타월로 버핑하는 경우도 있고, 20~30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왁스 사용설명서를 반드시 확인하자.
그러나, 왁스의 건조는 주변의 온도와 습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20분이면 충분히 건조되는 왁스라도 비가 와서 습도가 높은 날씨에 바르면 40~50분이 지나도록 건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특히 기온이 낮고 습한 경우에는 시간을 정해놓고 왁스를 닦아내는 것보다는 손가락 끝으로 왁스가 발린 곳을 살짝 스치듯 닦아내어 건조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넘길 때 손가락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볍게 스치는 동작과 매우 비슷한 동작이다.
손가락이 스친 자리가 깨끗하게 닦여져 나갔다면 버핑해도 괜찮은 타이밍이 된 것이다. 만약 왁스 자국이 뭉겨져 있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러나, 미세한 수분입자가 날아다니는 세차장이나 아주 습한 지하주차장의 경우 아무리 기다려도 깨끗이 닦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왁스의 건조여부를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닦아내어 판단하는 것을 스와이프(Swipe) 테스트라고 한다.
경화시간(Curing time)
건조시간이 왁스 피막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라면, 경화시간은 형성된 피막이 견고하게 안정화되기까지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왁스를 한 번 바르고 마치는 경우라면 경화시간에 그리 민감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경화는 진행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왁스를 두 번, 세 번 바르는 레이어링의 경우에 있어서 경화는 중요한 부분이다. 왁스 피막의 경화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왁스가 또 발려질 경우 왁스에 포함된 솔벤트에 의해서, 왁스가 발려진 패드의 물리적 압력에 의해서 처음 형성되었던 피막은 손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페인트가 마르기 전에 그 위로 다시 페인트를 바르면, 덧칠되는 듯 하다가 발려진 부위가 지워지는 이치와 같다.
그러면 왁스 피막이 완전히 경화되는데까지 얼마나 소요될까? 경화시간 역시 건조시간과 마찬가지로 주변의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화시간은 가변적이며 왁스 제조사조차 공식적인 경화시간을 명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왁스 경화에 관한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짧게는 8시간부터 길게는 48시간까지 소요된다고 한다. 제조사에서 특별히 경화시간에 대해 명시하지 않은 경우라면 12시간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보편적이다. 경화가 충분히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타월로 힘 있게 문질러도 피막이 손상될 수 있고, 세정력 있는 물왁스(퀵디테일러)도 왁스의 경화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레이어링시 왁스 도포는 달라야 한다.
왁스는 왁스로 지운다는 말이 있다. 왁스 버핑 후 하루 이틀 지나 발견한 왁스 얼룩이 타월로 문지르기만 해서는 지워지지 않을 때 동일한 왁스를 패드나 타월에 묻혀 얼룩진 부위를 문지른 후 닦아내면 대부분 지워진다. 왁스에 포함된 용제(솔벤트)가 얼룩진 왁스를 녹이는 주요 성분이고 패드나 타월로 문지르는 행위 자체도 물리적인 세척 작용이기 때문이다. 왁스 피막이 완전히 경화되었다고 하더라도 레이어링시 과도한 양의 왁스를 사용하거나 과도한 양이 아니더라도 힘주어 바를 경우 경화된 왁스 피막이 훼손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레이어링시에는 가급적 적은 양의 왁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동일한 부위를 과도하게 반복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가급적 힘을 적게 주고 바르고, 타월로 버핑할 때에도 가볍게 버핑하는 것이 좋다.
레이어링의 진정한 목적은 왁스 피막을 겹겹이 쌓는 것이 아니다.
레이어링을 하면 할수록(3차, 4차, 5차...) 왁스 피막은 점점 두꺼워지고 광택은 더욱 향상될까? 이 부분에 대해서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스무 번의 레이어링을 해도 결과물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거나 평가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때문에 레이어링의 횟수와 결과물에 목적을 두는 것보다는 레이어링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편이 훨씬 유익할 것이다.
한 번의 왁싱으로 도장표면에 왁스 피막을 균일하게 형성시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떤 곳은 조금 두껍게, 어떤 곳은 조금 얇게, 어떤 곳은 아예 발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한번의 왁싱으로 도장면을 전체적으로 커버할 수는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빈틈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래 사진은 Spectrum Gloss mapping(스펙트럼을 이용한 광택 매핑)을 통해 도장 표면의 광택도를 지형화시킨 이미지이다. 왁스를 바르지 않은 곳을 경계로 하여 위쪽은 왁스층이 균일하게 형성되었고, 아래쪽은 왁스층이 균일하게 형성되지 않았다. 왁스의 종류에 따라서, 같은 왁스임에도 시공자에 따라서, 왁스 레이어링 여부에 따라서 이러한 결과물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 맥과이어스 홍보 동영상 화면에서 캡쳐한 화면으로 한글 번역은 본 포스팅 내용에 적합하도록 수정하였음.
왁스층이 균일하지 못한 부위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일정시간의 경화시간 후에 레이어링 시의 준수사항이나 주의사항을 참고로 하여 왁스를 한번 더 바르면 된다. 레이어링의 진정한 목적은 이렇게 균일하지 못한 왁스층을 균일한 왁스층으로 만들어주는데 있다. 균일한 왁스층이 형성됨으로써 광택도가 향상되고 왁스 피막의 보호력과 내구성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레이어링을 위한 조건들
성공적인 레이어링을 위해서는 2가지 요건이 있다. 먼저 1차(베이스) 왁스 피막의 훼손을 최소화해야 하고, 1차 왁스 피막에 새로운 왁스 피막이 잘 형성되어야 한다. 1차 왁스 피막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왁스에 클리너 성분이나 연마입자가 포함되지 않는 순수 왁스이어야 한다.
사용하는 왁스가 클리너 성분이나 연마입자가 포함된 클리너 왁스인지 또는 순수 왁스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면 왁스 설명서를 읽어보면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도장 표면의 얼룩이나 물때를 제거할 수 있다거나, 스월마크와 같은 미세한 흠집을 제거 또는 완화시킬 수 있다고 표현되었다면 클리너왁스로 분류하면 된다. 광택이 증진된다, 지속효과가 좋다는 식의 표현만 사용되었다면 순수 왁스일 가능성이 높다. 클리너왁스는 클리너 성분이나 연마입자로 인해 도장면에 문지를 경우 1차 피막을 크게 훼손하거나 제거하게 되고, 경화시간을 지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왁스 피막만 남게 된다.
1차 왁스 피막에 새로운 왁스 피막이 잘 형성되기 위해서는 1차, 2차 모두 동일한 왁스(클리너 왁스 제외)를 사용하면 되는데, 만일 합성왁스(실런트)와 카나우바왁스를 사용한다면 1차 왁스에는 합성왁스, 2차 왁스에는 카나우바왁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합성왁스는 도장 표면을 이루고 있는 클리어코트와의 분자결합을 통해 왁스 피막이 도장 표면에 접착되는 형태이어서 카나우바왁스 피막 위로 바를 경우 합성왁스의 피막이 도장면에 제대로 접착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카나우바왁스는 그 피막이 대상 표면을 얇게 덮고 있을 뿐 분자결합을 통해 접착되는 방식이 아니어서 합성왁스 피막 위에 발라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것 역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레이어링에 대한 샤마의 조언
1. 레이어링에도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
레이어링을 하면 할수록 그때마다 증가하는 만족도는 점점 감소한다. 레이어링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등을 감안한다면 과도한 레이어링은 의미를 갖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레이어링은 2~3회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 야외 주차환경이라면 무리하게 레이어링 할 필요는 없다.
1차 베이스 왁스의 경화를 위해 적어도 8시간 이상을 야외에 주차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면 크고 작은 먼지들로 도장면이 뒤덮히고 만다. 이 상태에서 왁스를 바를 수는 없기 때문에 레이어링을 위해 다시 샴푸 세차를 하거나 고압수 세차를 하는 경우도 있다. 왁스 피막은 그리 강력하지 않다. 햇볕을 오래 쬐거나 강한 압력을 받아도 약화된다. 물론 세차(카샴푸, 미트질, 고압수)에 의해서도 훼손된다. 고압수에 왁스 피막이 흠씬 두들겨 맞고, 샴푸 미트질로 유분이 닦여나가고, 다시 헹굼 고압수에 신나게 두들겨 맞는다. 레이어링을 위해 이제 막 경화된 피막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한껏 약화된 피막 위로 새로운 왁스 피막을 형성시키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 레이어링일까? 불완전한 레이어링 보다는 제대로 한번 바르는게 나을 수 있다.
3. 레이어링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합성왁스와 카나우바왁스를 병행하여 레이어링하거나 서로 다른 합성왁스로 레이어링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왁스간의 특성이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광택을 저하시키거나, 버핑 후 얼룩을 남기기도 한다. 즉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지속성에 있어서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들로부터 별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검증된 왁스들을 사용해서 레이어링하는 것이 안전하다.
4. 레이어링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정상적인 왁스라면 한번의 시공으로도 본연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레이어링은 본연의 성능에 약간의 어드벤티지를 더할 수 있을 뿐 그 자체의 성능을 좌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차가꿈 애호가라면 한번쯤 시도해보고, 그 효과성을 직접 판단해볼만한 옵션임에는 틀림없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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