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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24. 10:03

  고압 세차기의 수압은 세차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수압이 약하면 도장 표면에 붙어 있는 이물질들이 제대로 떨어지지 않아 미트질시 이물질을 도장표면에 문지름으로써 스크래치 발생 위험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차기의 스펙을 볼 때 무엇보다 수압을 가늠할 수 있는 bar 또는 psi를 절대적인 지표로 활용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있다. 고압 세차기의 핵심은 수압이 아니라 세정력이라는 점이다. 




  • 바(bar) : 1 제곱센티미터의 넓이에 1kg의 누르는 압력
  • psi(프사이, pound per square inch) : 1 제곱인치의 넓이에 1 파운드의 누르는 압력
  • 1 bar = 약 14.05 psi,  1 psi = 약 0.069 bar,  1 Mpa = 10 bar





고압수의 세정력은 수압과 물의 토출량에 비례한다.  다시 말해서 수압이 높더라도 토출량이 적으면 세정력은 떨어지며, 수압이 낮더라도 토출량이 많으면 세정력은 올라간다는 것이다. 세정력이 올라간다는 것은 그만큼 세정시간이 빨라짐을 의미한다. 세정력은 수압(psi)에 분당 토출량(gallons / minute)을 곱해서 산출할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세정력의 단위를 CU(Cleaning Units)으로 표기하고 있다.





모 셀프세차장 장비 공급업체에 셀프세차장의 고압수 사양을 문의해봤다. 분사압력은 평균 1,405 psi(100 bar), 토출량은 분당 약 4.5 갤런(16~18리터)이며, 대부분의 셀프세차장의 고압수 사양이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를 근거로 셀프세차장의 고압수 세정력을 계산해보면 다음과 같다.


1,405 psi x 4.5 GPM = 약 6,323 CU





해외의 프로들과 오너 디테일러들이 많이 사용하는 Karcher사의 가정용 고압세척기 사양을 참고로 하여 세정력을 산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저사양 모델의 수압은 셀프세차장 고압수의 수압과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분당 토출량이 셀프세차장의 1/3 수준이어서 전체적인 고압수 세정력이 셀프세차장의 33% 수준이다. 고사양 모델의 경우 수압이 140 bar로 셀프세차장(100 bar)보다 훨씬 높으나 토출량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전체적인 세정력은 셀프세차장 고압수의 62% 수준이다. 바꿔 말하면, 셀프세차장의 고압수의 세정력은 해외 디테일러들이 사용하는 고압세차기보다 1.5배~3배 가량 뛰어나다는 것이다.  




스크래치를 유발할 수 있는 이물질들에 대한 세정만 놓고 볼 때, 해외 디테일러들이 가정용 고압세차기를 사용하면서 고압수 분사 전 프리워시(Pre-wash) 케미컬이나 폼건, 폼캐논 등의 프리 소크(Pre-soak) 과정을 거친 결과물이, 셀프세차장에서의 고압수만 사용한 결과물과 비슷하거나 어쩌면 셀프세차장의 고압수가 더 나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고압수 세정면에서 셀프세차장 고압수가 1.5배~3배가량 좋기 때문이다. 물론, 화학적 분해작용에 의해 얼룩이나 유막 등의 제거면에서 프리워시나 프리소크 과정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나, 그러한 오염은 미트질을 통해 안전하게 제거할 수 있으므로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프리워시 케미컬이나 폼건, 폼캐논 등을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고압수와 2버킷 미트세차를 오랜 기간 해온 경험으로 비추어 봤을 때 프리워시나 프리소크의 필요성은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고압수를 뿌리는 것에도 나름의 요령이 있어 프리워시 케미컬이나 폼캐논 등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별 불만없는 세차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디테일러들처럼 셀프세차장 고압수에 한참 미치치 못하는 가정용 고압세차기를 사용한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내 경험은 다르다. 난 프리워시를 했을 때 훨씬 세차가 잘 되었다. 난 폼캐논을 사용했을 때 세차 후 만족도가 높았다." 본인이 직접 사용하고 그러한 효과를 경험하였다면 만류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또한 갑론을박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경찰의 시위 진압용 물대포의 경우 수압이 최대 420 psi(약 30 bar)라고 한다. 가정용 고압세차기 수압의 1/3도 채 되지 않는데 어째서 물대포를 맞고 고막이 찢어지고, 비장이 파열되고, 뼈가 부러지고, 맞자마자 실신하는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물대포(Water canon)에 대한 위키피디어 자료에 따르면 물대포는 초당 4갤런의 물을 분사한다고 한다. 즉, 분당 240갤런을 쏘아대는 것이다. 물대포의 파워를 세정력으로 환산하면 100,800 CU로 셀프세차장 고압수의 약 16배에 해당하는 파워다. 정말 엄청난 파괴력이다.








올해 여름, 한 방송사에서 셀프세차장의 수압이 시위 진압용 물대포보다 10배 쎄다며 셀프세차장 고압수의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다른 시각에서는 시위 진압용 물대포가 셀프세차장 고압수의 1/10 밖에 되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할 것 같다.) 물론 고압수는 위험하다. 토출구 바로 앞에 맨살을 갖다대면 살이 찢어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50cm만 이격해서 분사하면 수압은 그리 위험스럽지 않다. 토출량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물대포의 경우 비록 수압이 30 bar가 아닌 10 bar라도 해도 토출량이 분당 240갤런이라면 결과적으로 물의 파워는 셀프세차장 고압수보다 5배 이상 쎄다고 볼 수 있다. 고압수의 위험성을 각인시키기엔 임팩트한 비교일지는 몰라도 수압만을 가지고 단순 비교했다는 점에서는 그리 적절한 비교라고 보기 어렵다.  


 






  아래 시거잭 세차기의 세정력은 어느정도인지 확인해보자. 





압력이 7Mps로 표기되어 있는데 아마도 7 Mpa의 오기가 아닐까 싶다. 7 Mpa로 가정한다면 983.5 psi로 환산되며(1 Mpa=10 bar), 토출량은 분당 4리터이므로 약 1갤런이다. 따라서 이 세차기의 세정력은 약 983.5 CU가 된다. 셀프세차장 고압수 세정력의 약 15.5%에 해당하는 세정력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 되겠다. 


세정력이 낮다고 해서 무조건 몹쓸 제품으로 치부하는 건 옳지 않다. 차가 심하게 오염된 경우라면 한계가 있는 스펙임에는 틀림없지만 가벼운 먼지 정도의 오염이라면 이 제품으로도 세차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즉, 제품의 한계를 인지하고 용도에 맞게 사용한다면 유용한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고압 세차기의 세정력이 궁금할 때 앞서 계산한 방식(수압 psi x 토출량 GPM)으로 CU를 산출한 후 셀프세차장의 CU(6,323)와 비교하면 대략 어느 정도의 세정력을 가졌겠구나 가늠할 수 있다.


"그 세차기 수압이 140 bar래! 셀프세차장보다 쎄다는 얘기지! 완전 대박이지!"

"그 세차기 수압이 80 bar도 안된데..그래가지고서는 세차 제대로 못한다!"


이런 식의 판단은 이제 그만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Reference site>

http://en.wikipedia.org/wiki/Water_cannon  

http://www.ultimatewasher.com/articles/pressure-washer-psi-gpm.htm

http://www.simpsoncleaning.com/faq.htm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