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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30. 09:35

당신의 셀프세차는 안전한가?




  일반적으로 자동차 오너들은 셀프 세차가 자동 세차보다 안전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가끔씩 자동 세차만 이용하던 사람이 새 차를 사들이면 셀프 세차에 급히 관심을 갖는 것도 그런 믿음 때문일 것이다. 





   2009년 1월 5일, 영국의 자동차 전문 프로그램 ‘Fifth Gear’는 자동 세차, 셀프 세차, 전문 손 세차를 손상의 관점에서 비교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도장 면에 가장 손상을 적게 주는 세차 방식을 가려내는 것이었다. 


  시청자는 너무 뻔한 결말을 예상하며 채널을 돌릴까 말까 고민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쉬운 시험문제도 답은 맞춰보는 법! 싱겁지만 끝까지 봐야했을 것이다. 그런데 장면 장면이 넘어갈 때마다 왜 저래? 저건 아니지! 내가 속고 산건가! 시청자마다 제각각의 탄성을 내뱉었을 것이다. Fifth Gear에서 반전 드라마를 볼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가장 손상이 심할 것으로 예상했던 자동 세차는 물때 자국 이외에 눈에 띄는 흠집은 발견되지 않아 가장 안전한 세차 방식으로 평가되었고, 부드러운 양모 미트를 사용한 전문 손 세차는 막판에 워터 블레이드로 물기를 제거한 탓에 직선형 스크래치가 발견되어 자동 세차보다 덜 안전한 세차 방식으로 평가되었다. 당연히 자동 세차보다 안전할 것으로 예상했던 셀프 세차는 브러쉬로 열심히 문지른 탓에 스크래치가 무수히 발견되어 - 워터 블레이드 스크래치보다 훨씬 심한 - 가장 안전하지 못한 세차 방식으로 결론지어졌다.    


* 방송화면 캡쳐 : 워터 블레이드에 의한 직선형 스크래치 



* 방송화면 캡쳐 : 셀프 세차시 브러쉬에 의한 스크래치



  아마 이 방송을 본 보통의 오너들에게는 자동 세차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을 수 있겠지만, 세차 애호가라면 편파적인 테스트 방식에 황당함을 금치 못했을 것이다. 오랜 기간 자동 세차에 노출된 차량의 외관이 어떻다는 것쯤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안전한 셀프 세차를 위한 세차 도구와 방법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은 배제한 채 자동 세차가 안전하다는 것을 고의적으로 부각시킨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주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방송을 마냥 비난할 필요는 없다. 셀프 세차, 손 세차, 자동 세차 등의 세차 유형 자체가 안전성의 우열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집에서 먹는 음식이 밖에서 먹는 음식보다 몸에 좋다고들 하지만 집에서 허구한 날 인스턴트 음식만 먹는다면 집인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집’이라는 외형적 요소가 중요한 것이 아니듯 아무리 손 세차라 하더라도 도구와 방법에 따라서 자동 세차보다 안전하지 못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방송은 그러한 부분을 날카롭게 지적하려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진부한 주제에 뻔한 결말 보다는 훨씬 더 유익하다. 물론 ‘꿈보다 해몽’일 수도 있다.


  셀프 세차장에 가면 브러쉬로 차를 박박 문지르고, 낡은 와이퍼 고무나 워터 블레이드로 도장 면의 물기를 쓱쓱 쓸어내리시는 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직접 세차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 모를까 도장 면 손상 정도를 놓고 보면 자동 세차에 비해 나을게 없다. 





  그러나 도장 면에 흠집이 조금 더 생긴다고 해서 차의 성능이 떨어지고 수명이 짧아지는 것은 아니다. 세차에서 안전이란 일상에서 청결만큼이나 까다로운 주제이다. 안전에 대해 무감각해서도 안되지만 너무 예민해도 좋을게 없다. 부담 없이 감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위험 수위를 낮추었다면 그때부터 위험은 심리의 영역이다. 위험을 대하는 ‘자세의 문제’이자, 멈추어야 할 때를 아는 ‘조절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자신의 취향과 여건에 맞는 세차 방식을 선택하고 그 결과에 만족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잘못된 믿음만큼은 경계해야 한다. 세차장 브러쉬와 낡은 와이퍼로 차를 박박 문지르는 것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다. 차를 더 아끼려는 마음에 자동 세차 대신 셀프 세차를 선택해 놓고서 그렇게 했다면 그것이 문제이고, 셀프 세차보다는 자동 세차가 더 안전하다는 방송을 보고 차를 더 아끼려는 마음에 자동 세차를 선택했다면 그것 또한 문제이다. 그렇게 될 수 없는데 그렇게 될거라 믿는 것. 세차에 익숙해질수록 혹시 그런 잘못된 믿음에서 비롯된 행동은 없는지 틈틈이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