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씩 물어오는 분들이 있다.
"이제 디테일링 접으셨어요?"
간간이 올라오곤 했던 블로그 포스팅이 재작년 10월 이후로 뚝 끊어져버렸으니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블로그 포스팅을 멈추었다고해서 차가꿈까지 그만둘 리는 없다. 내게 차가꿈이란, 손톱 발톱을 깍고, 칫솔과 치실로 치아를 보살피며, 길게 삐져나온 콧털을 자르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내 몸을 손질하는 것보다 몇 배 더 재미있고 보람차다는 점에서 차가꿈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취미라고 생각했던 차가꿈이 언젠가부터 평범한 일상이자 습관으로 느껴지면서 이걸 과연 취미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에 빠졌던 적도 있었다. 날씨만 좋으면 세차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고 한 번 세차를 했다하면 날이 어두워지거나 말거나, 날이 밝아오거나 말거나 차에만 집중할 수 있어야 취미라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마주해야할 자잘한 일상들을 모두 차가꿈에 내어줄 수 있어야 취미라 자신할 수 있는 것일까?
나무의 자잘한 곁뿌리를 모두 잘라내면 아무리 원뿌리가 성해도 결국 말라죽고 말 듯이 차가꿈이 다른 일상들 속에서 조화롭게 자리잡지 못하면 삶 자체가 메말라버리기 쉽다. 평생의 취미라는 관점에서 보면, 차가꿈 역시 하나의 일상으로 자리잡아야 하며 곁뿌리 같은 다른 일상들을 포기하며 차가꿈을 고집해서는 오랜 취미이자 평생의 취미로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것이 차가꿈을 평범한 일상으로 받아들인 것에 대한 자기 합리화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는 차가꿈을 평생의 취미라 생각하기로 했다.
평생의 취미까지는 아니어도 취미삼아 차가꿈을 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오버 페이스만큼은 항상 경계하시라는 것이다. 차가꿈에 흠뻑 빠지면 감당할 수 있는 일상의 페이스를 넘어 체력적으로, 시간적으로, 금전적으로 무리를 하기 쉽다. 마라톤에서 오버 페이스는 곧 중도포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듯이 차가꿈에서의 오버 페이스 역시 차가꿈을 오랜 취미로 잇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가꿈을 오래도록 즐기고 싶다면 자신의 페이스를 기억하고 다른 일상들과 조화롭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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