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스 피막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직관적인 방법에 대해 논하시오.
디테일링 학과가 있다면 출제될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토픽이 아닌가 싶습니다.
(Lamborghini Miura, Source : feelinthat)
예전에 MOL(Meguiar's OnLine) 포럼에서 클레이바가 왁스 피막을 정말 제거하는가를 가지고 토론이 벌어진 적이 있었습니다. 왁스 피막의 존재를 정량적으로 또는 직관적으로 명확히 보여줄 수 없기 때문에 이런 토론이 가능했던 것입니다. '도장 표면의 물방울 모양(water beading)은 도장표면의 표면장력을 나타내는 것일 뿐 왁스의 존재나 보호력의 증표라고는 볼 수는 없다'라는 또 한편의 공유된 정설로 인해 왁스 피막을 확인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즉, 처음엔 동그랗던 물방울 모양이 찌그러진 별모양으로 변했다하더라도 왁스 피막이 사라졌다고 볼 수 없으며, 왁스의 보호력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면 그런가보다 또 믿어야 하는 것이 또 답답할 따름입니다.
당시 MOL 포럼의 어드민이었던 Mike Phillips씨는 아래처럼 토론의 마무리를 지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클레이바의 거칠기, 클레이바를 누르는 압력, 이동 횟수, 윤활제의 종류 등 여러가지 변수가 존재하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왁스 피막을 완전히 제거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좀 쉽게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디테일링, 즐기자고 하는 것 아닌가요? 저는 클레이바를 사용한 후에는 왁스 피막이 그대로 있던 조금 훼손이 되었든 고민하지 않고 왁스를 그냥 한번 더 바릅니다. 간단하지 않나요?"
현재 왁스 피막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방법으로 도장 표면의 물방울 모양의 변화를 확인하는 방법이 지배적인데요. - 스퀵 테스트(Squeak Test)도 있긴 하지만 그다지 권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 이미 말씀드렸듯이 물방울 모양의 변화가 왁스의 보호력 변화와 일치한다고 볼 수는 없다는 점이 늘 불편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맘 편히 왁스를 자주 발라주면 그만이지만 뭔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 때문에 계속 또 다른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왁스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왁싱 권장주기를 그대로 믿으면 되는 것일까요?
대체로 이렇게들 생각하게 됩니다. 왁스 제조사에서 제시하는 왁싱 권장주기는 최대로 잡은 것이니까 그 권장주기의 50~70% 수준으로 적정주기를 잡으면 무난하겠지. 왁스 제조사에서 왁싱 권장 주기에 대해 늘 밝혀왔듯이 주차환경, 주행조건, 기후와 날씨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절대적인 왁싱의 권장주기를 설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존재한다'라는 것에 우리는 조금 더 입체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이는 물방울 모양을 매우 중시해서 설령 왁스 피막이 존재하고 왁스의 보호력이 유효한 것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물방울 모양이 찌그러진 별모양으로 변했다면 그에게 있어 왁스 피막의 존재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는 왁스를 바르고 난 직후의 그 광택감이 좋아 그보다 부족하다 싶으면 물방울 모양이 아무리 구형체라하더라도, 왁스의 보호력이 여전히 유효하다 할지라도 왁스를 한번 더 바르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즉, 왁스를 바르는 주된 목적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에 따라 왁스 피막이 비록 존재한다 할지라도 존재의 의미가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 왁스 피막의 존재하여 왁스의 보호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느정도의 보호력을 가지고 있는지 역시 확인하기 매우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Pagani Zonda S Roadster, Source : http://www.flickr.com/photos/rgt3/6990401952)
왁스로 인해 생기는 특성들을 한번 따져보죠.
- 물방울의 구체화(water beading)와 경사면에서 물기를 흘려 떨어뜨리려는 성질(sheeting)
- 도장 표면의 매끄러움(slickness) : 스크래치 발생 빈도 및 발생 정도 감소
- 도장표면의 리플렉션 향상 및 막감 형성 : 시각적 만족감
- 희생막(sacrificial barrier) 형성 : 산성비, 자외선 등의 환경적 위해요소로부터의 희생막 역할
이외에도 부가적인 특성들이 존재할 수 있는데요. 이런 특성들이 균형있게 유지되거나 감소해야 왁스 피막의 존재에 의미를 둘 수 있는 것이지, 어떤 특성이 존재하지 않거나 급격하게 감소할 경우 나머지 특성들이 잘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왁스 피막의 존재감은 가벼워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왁스로 인해 생기는 모든 특성들을 항상 최상으로 유지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왁스를 자주 바르게 되어 있습니다. 항상 최상으로 유지해야만 하는가는 좋다,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라 오너의 감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항상 최상으로 유지하지 않더라도 오너의 감성만 허락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왁스 피막이 존재하는지 정말 확인할 방법은 없는걸까요?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테스트 판넬입니다.
마스킹 테잎을 조그만하게 잘라서 붙여놓은 다음 Chemical Guys JetSeal109를 발랐습니다.
20분 이상 건조시킨 다음 닦아냈습니다. 그리고 마스킹 테잎을 벗겨냈습니다.
정면에서 보거나 빛이 닿지 않도록 보면 마스킹 테잎이 있던 자리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광원의 언저리 부위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니 식별이 됩니다.
전체가 진한 빨간색이라면 광원 위쪽 언저리 부위가 약간 흐릿하게 보입니다.
마스킹 테잎이 있던 자리입니다. 전체적으로 퀵디테일러로 닦아줬으나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카메라로 잡아내는 것보다 육안으로 직접 식별하기는 보다 수월한 편입니다.
자동차 도장면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방법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검증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어느정도 실효성이 있더라도 밝은 색 도장에도 가능한 방법인지 역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가능하다면 이 방법은 매우 직관적이고 가시적인 Wax film indicator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왁스가 발려지지 않은 부위(마스킹 테잎 자리)의 식별 가능여부로 왁스 피막의 존재 여부를 판단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세차 횟수가 늘어나고 시간이 흐를수록 왁스가 발려지지 않은 부위를 식별하기가 점점 어려워질테니까요.식별이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쉽게 식별되지 않는 시점을 재왁싱하는 때로 잡아도 될 것 같습니다.
검정색 플라스틱 판넬과 빨간색 철제 판넬을 대상으로 테스트한 결과 왁스가 발려지지 않은 부위가 모두 식별가능했습니다. 클리어코트가 있는 도장면에서는 어떻게 될지 추가적으로 테스트해볼 예정입니다. 마스킹 테잎이 있는 분들께서도 직접 테스트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왁스를 바를 때마다 자기만 알아볼 수 있는 부위에 마스킹 테잎을 작게 붙여놓는 것도 의외로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어쩌면 잘 식별이 되지 않을 수도 있구요. 그러나 늘 시간에 쫓겨 왁스를 바르시거나 왁스 바르시는 행위 자체를 즐겨하시지 않는 분들께서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왁스의 보호력을 유지하면서 왁스 바르는 횟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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