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관심 밖으로 멀어지면 봐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른 척 하게 되나봅니다.
블랙파이어 미드나잇 썬 아이보리 카나우바 왁스
10년 전 Properautocare.com에서 개최한 sizzling shine 콘테스트에서 2위 입상으로 받은 상품인데 지금은 몰골이 말이 아니네요. 언제 이렇게 뚜껑까지 깨졌지? 왁스가 조각난 빨래비누처럼 참 볼품이 없네요. 제가 너무 무심했습니다. 더는 안 되겠다 싶어 정비에 들어갔습니다.
왁스를 옮겨 담을 마땅한 용기가 없네요. 겨우 씻어놓은 잼통을 찾았는데 너무 깊고 입구가 좁은 것이 썩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구 여기서 미루면 언제 또 왁스가 눈에 들어올지 몰라 왁스 중탕을 감행했습니다. 빨래나 삶는 누추한 냄비지만 왁스 중탕하기에는 또 괜찮은 물건입니다. 잼통의 내부 온도가 50℃를 넘어가니 바닥부터 슬슬 녹기 시작합니다. 냄비의 물이 끓고 잼통의 내부 온도가 75℃에 가까워지자 웬만큼 왁스가 녹았지만 덩어리들은 잘 녹지 않아 나무젓가락으로 휘휘 저으며 빨리 녹여냈습니다. 중탕 시 솔벤트 냄새가 심하게 날 수 있으니 중탕을 하실 때에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하시거나 환풍기를 꼭 켜시고 하세요.
왁스는 애초부터 중탕해서 다시 쓸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 아니라서 꼭 필요한 경우에만 중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중탕을 할 때에는 되도록이면 시간은 짧게, 온도는 낮게 하는 것이 왁스의 물성 변화와 성능 저하를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왁스를 꼭 중탕해야겠다 싶으시면 왁스 덩어리들을 미리 잘게 쪼개놓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야 더 빨리 녹거든요. 저는 그냥 큰 덩어리째 녹였지만 그만큼 왁스를 녹이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왁스가 높은 열에 더 길게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왁스를 녹이면서 나무젓가락 등을 이용해 계속 저어주면 같은 온도에서도 더 빨리 녹습니다. 왁스에 함유된 솔벤트가 휘발되면 될수록 왁스의 물성은 더 단단해지고 작업성은 떨어집니다. 그러나 한 번의 중탕으로 휘발되는 솔벤트의 양은 왁스의 물성을 크게 좌우하지는 않으므로 미리 잘게 쪼개 놓으시고 중간에 계속 저어주며 왁스가 모두 녹는 대로 불을 꺼주시면 별 문제는 없습니다.
잼통에서 왁스를 녹였더니 왁스의 높이가 잼통 깊이의 1/3 수준 밖에 되질 않더군요. 사용할 때마다 불편할 것이 뻔해서 예전의 왁스통에 다시 옮겨 담는 대신 뚜껑을 손보기로 했습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기포가 군데군데 보입니다. 저걸 그대로 둬도 무방합니다만 굳었을 때 표면이 예쁘지 않기에 나무젓가락 끝으로 톡 건드려 터뜨려줍니다. 입김을 살짝 불어도 꺼지는 것들도 있습니다.
왁스가 잘 굳었습니다. 뚜껑을 닫지 않은 채 왁스를 식혀도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왁스의 온도가 내려가 굳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뚜껑을 닫아놓으시면 됩니다.
이제 뚜껑을 손볼 차례네요. 깨진 부분 위로 빳빳한 명함을 오려서 덧댄 다음 검정 테입을 붙였습니다. 밀폐력이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중탕을 해서 다시 세팅한 왁스의 사용감을 테스트해봤습니다. 스폰지 패드로 왁스 표면을 부드럽게 문질러봤고 패드에 왁스가 잘 묻어져 나왔습니다.
왁스는 부드럽게 잘 발려졌습니다. 발림성에 있어서는 오리지널과 별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블랙파이어 미드나잇 썬 카나우바 왁스의 사용설명서를 보면, 왁스를 바른 후 왁스 표면이 하얗게 건조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바로 닦아내라고 쓰여 있습니다. 설명서대로 왁스를 바른 후 타월로 바로 닦아냈을 때 부드럽게 잘 닦였으며 왁스 잔유물에 의한 잔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닦임성 역시 오리지널과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사용감에 있어서 중탕에 의해 부작용이 없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중탕으로 다시 세팅한 왁스의 지속성과 광택감에 대해서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경험적으로 봤을 때 그 차이를 느낄 만큼의 차이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모든 카나우바 왁스를 중탕해보고 내린 결론은 아니므로 제품에 따라 중탕에 의해 성능이 떨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존재합니다. 그러므로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왁스 중탕은 꼭 필요한 경우에만 하시고 중탕을 하기로 결정하였다면 왁스 중탕에 의한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다음 네 가지 사항을 지켜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첫째, 왁스가 빨리 녹을 수 있도록 미리 잘게 쪼개놓을 것.
둘째, 왁스가 녹기 시작하면 나무젓가락으로 저어 왁스의 용해를 도울 것.
셋째, 왁스가 다 녹으면 재빨리 불을 끌 것.
넷째, 왁스가 굳기 시작하면 뚜껑을 닫을 것.
이제 다시 새롭게 태어난만큼 한동안 이 녀석을 사랑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발수력과 지속성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하지만 작업성과 광택감에 있어서는 비교적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왁스입니다. ^^
이상 soso한 왁스 정비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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