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동 하에서의 시거잭 광택기 구동
실용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성능이 좋아도 맘대로 쓰기 어려운 것보다는 성능은 좀 떨어져도 언제든 맘 편히 쓸 수 있는 편이 나을 때가 있다. 그럴 듯 해 보이면서 다소 막연한 생각 같지만 시거잭 광택기의 활용 사례를 놓고 보면 그 생각은 더욱 구체적이고 명료해진다.
밸런스와 출력이 아무리 좋은 폴리셔라 하더라도 맘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여건, 즉 전기 사용이 가능하고, 폴리셔 구동 소음이 용납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저 관상용에 지나지 않는다. 전용 차고 없이 차가꿈하는 대부분의 오너들에게 폴리셔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공용 주차장에서의 폴리셔 사용은 예기치 못한 분쟁을 유발할 수 있어 항상 조심스럽고 눈치가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일년에 한두번 돌려보는 것도 감지덕지, 필요할 때 써먹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 source : www.autogeek.net
반면에 시거잭 광택기는 자동차의 시거잭에 꼽고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기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시거잭 광택기는 성능, 특히 출력면에서 전기 폴리셔에 한참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보완할 방법은 존재한다. 핸드폴리싱으로 강하게 1차 폴리싱을 한 후 시거잭 광택기를 사용한다던가, 좁은 부위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돌리거나 여러번 반복하는 방법도 있다. 세차 후 물기제거를 하고 필요한 부위를 그때그때 작업할 수 있다보니 사실상 전기 폴리셔의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 방 한켠에서 외롭고 쓸쓸히 낡아가고 있는 나의 포터케이블 7424를 돌려본 지도 어언 2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솔리드 블랙 산타페의 광택에 불만을 갖지 않는다. 시거잭 광택기로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터리 방전을 우려해 시동을 켜놓고 사용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마음이 편치 않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공회전에 의한 배기가스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는 배기가스야말로 시거잭 광택기의 치명적인 약점이라고 생각한다. 공회전 배기가스의 방출은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환경에 결코 옳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소 출력이 떨어지더라도 시동을 걸지 않고 오로지 배터리로만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무시동으로 어느정도 사용해야 배터리에 무리가 가지 않는걸까? 자동차 배터리의 주요 목적 즉, 시동(starting), 조명(lighting), 점화(ignition) 이외의 목적으로 일정 시간 이상 배터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배터리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배기가스를 뿜어내지 않는다는 장점을 포기할 수 없기에 배터리의 수명에 크게 지장을 주지 않는 배터리의 사용조건은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볼트게이지를 이용하여 무시동 시거잭 광택기의 사용 가능시간을 점검해보았다. 간편하게 배터리의 전압을 측정하기 위해 시거잭용 볼트 게이지를 구입했다. 시거잭에서 측정되는 전압과 실제 배터리 전압과의 오차는 있을 것이나 시거잭 광택기의 구동에 따른 전압의 변화를 확인하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래 설명을 참고해보면 배터리 전압이 11.9V 미만으로 떨어질 때까지 시거잭 광택기를 구동하는 것은 배터리 수명에 특히 좋지 않을 것 같다. 볼트 게이지의 오차를 고려한다면 마지노선을 12.0V 이상으로 높여 잡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무시동 하에서 시거잭 광태기를 구동했을 때 배터리 전압의 변화를 확인해보았다. 시거잭 광택기를 구동하기 전 시거잭 볼트 게이지에 측정된 배터리 전압은 12.6V였다.
멘제르나 PO85RD와 피니싱 패드의 조합으로 운전석 앞 휀더를 약 10분간 돌려봤다. 예상대로 시동 상태에서 돌릴 때보다는 출력은 부족하였다. 10분간 쉬지 않고 시거잭 광택기를 무시동 상태에서 돌렸을 때 전압은 0.1V 떨어져서 12.5V가 측정되었다.
그 다음 운전석 앞 도어를 이전과 같은 조합으로 다시 10분간 쉬지 않고 구동했다. 물론 중간중간에 약제를 추가로 투입할 때는 잠깐 구동을 멈추기는 했다. 이번에는 전압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대로 12.5V를 유지했다.
이번에는 피니싱 패드에 실런트를 묻혀 시거잭 광택기로 왁싱을 해봤다. 약 15분이 소요되었는데 전압이 0.1V 더 떨어져 12.4V가 되었다.
무시동 상태에서 35분간 시거잭 광택기를 구동했을 때 0.2V의 전압이 떨어진 것이다. 이후 건조된 실런트를 버핑한 후 키를 키온 상태로 돌려봤더니 볼트게이지는 다시 12.5V를 가리켰다.
이런 추이로 봤을 때 약 1시간 정도 시거잭 광택기를 구동할 경우 전압은 0.2~0.3V 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럴 경우 배터리 전압은 12.3~12.4V로 떨어질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이 매일 반복된다면 배터리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으나 한달에 한두번 1시간 이내로 시거잭 광택기를 무시동 하에서 구동하는 것은 배터리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 (어떤 근거가 있는 것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다. 또한 배터리의 사용 년수와 충전 상태에 따라 전압의 변화 정도는 다를 것이다.)
무시동 상태의 구동이라 비록 출력은 조금 부족했지만 마음은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함께 차가꿈을 즐기시는 분들에게 더 이상 민폐를 끼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게다가 볼트 게이지로 전압의 추이를 보면서 작업할 수 있어 배터리 방전 걱정 없이 작업할 수 있다는 점도 아주 맘에 드는 부분이다. 예상보다 배터리 전압이 낮게 측정될 경우에는 작업을 서둘러 마무리하거나, 필요할 때마다 잠깐씩 시동을 켜놓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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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가꿈 용품에 대한 고백
1. 지름신에 대하여
2. Oldies but Goodies
3. Re-labeling에 대한 루머들
4. 지금 알고 있는걸 그때 알았더라면
5. 고찰과 글쓰기에 대하여
1. 지름신에 대하여
무언가를 그토록 원하는 마음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나로 하여금 무언가를 그토록 갖고 싶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삶이 더 반짝반짝 빛날거라고 머릿속 어딘가의 속삭임에 기어코 질렀던 그동안의 물건들이 정말 당신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주었는가?
충동구매의 자기 합리화를 위해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낸 가상의 신 '지름신'은 영화 ‘인셉션’에서 코브가 말하는 그 ‘생각’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가장 회복력이 강한 기생충이 뭔지 아십니까? 박테리아? 바이러스? 촌충?
바로 ‘생각’입니다. 회복력과 전염성이 강하죠.. 한번 ‘생각’이 머리 속을 장악하게 되면 박멸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 ‘생각’은 완전한 형태로, 뇌에 의해 완전히 이해된 채 머릿속 어딘가에 단단히 붙어있게 되죠.
그러나, 다행히 ‘지름신’은 지극히 감성적이고 충동적이어서 뇌의 논리로는 이해되기는 어려운, 그래서 불완전한 ‘욕구’의 형태로 머릿속을 이리저리 떠돌게 된다. 화가 났을 때 ‘화’가 났다는 것을 스스로 의식할 수 있어야 ‘화’를 제어할 수 있듯이 사고 싶은 욕구가 생겼을 때 그 욕구의 정체를 집요하게 따질 수 있어야 지름신의 강림을 막을 수 있다.
왜 갖고 싶게 되었는가?
꼭 필요한 것인가?
‘갖고 싶은 것’을 ‘필요한 것’으로 믿고 있는건 아닌가?
그것 없이 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자기 만족을 위한 소비는 안분지족하는 삶을 유도할 수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무분별한 충동구매의 늪에 빠지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티벳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라마는 말한다.
“자기 만족만으론 그 욕망이나 행동이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어떤 욕망이나 행동이 긍정적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것이 그 순간에 당신에게 만족을 주는가가 아닙니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가져오는 결과가 긍정적인가 부정적인가에 있습니다. 당신이 더 비싼 걸 갖고 싶어 하는 경우에, 그것이 단지 더 많은 것을 원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당신은 마침내 자신이 가질 수 없는 한계에 다다를 것입니다.”
지름신을 항상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유명인이 사용하는 제품이라서, 세일을 하니까, 좋은 조건의 공동구매라서, 다들 좋다고 하니까, 보너스를 받아서.. 지름신이 고개만 내밀어도 미리 알아서 영접한다. 언제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를 제품도 일단 지르고 본다. 용품으로 집은 점점 좁게만 느껴지고, 얇아진 자신의 지갑에 한숨을 쉰다. 지름신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분들께 제안한다. 지름신의 '자극원'과 거리를 두시라. 쇼핑몰, 인터넷 까페와 블로그, 오프라인 모임 등이 주요 자극원일 것이다.
차가꿈 용품의 지름신은 대개 세뇌 - '이게 진리다.' '이게 최고다.' '역시 후회없는 선택이다'와 같은 타인의 일방적 가치판단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필요 유무와 관계없이 무조건 갖고 싶다는 생각이 머릿 속에 완전히 자리잡은 상태를 의미함 - 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자극원으로부터 떨어져 있어야 점점 그 세뇌의 마취로부터 깨어날 수 있다. 지름신을 물리칠 충분한 힘을 기를 때까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아무런 노력없이도 지름신이 시들해지는 때가 오기도 한다. 1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어쩌면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 물론 지름신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도착한 택배박스에 환한 미소을 짓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다. 그러나 일시적인 만족일 뿐 차가꿈의 긴 여정에 있어서는 사실상 별 도움은 되지 않는다.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눈을 감았을 때 더 많은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 듯 제품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그동안 감지하지 못했던 본질적인 차가꿈의 재미들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2. Oldies but Goodies
국내 브랜드 불스원부터 천연왁스 최고급 브랜드인 자이몰과 스위스벡스에 이르기까지 이들 브랜드가 가진 왁스(실런트 포함)는 몇종이나 될까? 국내외 쇼핑몰에 노출되고 구글을 통해 검색된 브랜드만 집계한 결과 국내외로 왁스를 보유한 브랜드는 70곳이 넘었다. 재미있게도 전세계 자동차 브랜드의 수와 비슷한 수치였다. 또한 이들마다 적게는 몇개, 많게는 십여개의 왁스를 보유하고 있으니 현존하는 왁스의 종류는 전세계에 존재하는 자동차 종류만큼이나 방대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제품들 중에는 개발된지 10년이 훌쩍 넘은 것들이 적지 않다. 심지어 30년이 지난 제품이 요즘 나오는 신제품들과 당당히 경쟁하기도 한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자가 강한 것이라 했던가!
최초의 완전 합성 실런트는 1959년 독일 CarLack사에서 개발한 Carlack 68이라는 제품이다. 당시로서는 혁신이었으리라!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제품의 본질적 원천기술은 무려 54년 전에 개발된 것이다. Carlack은 1979년에 미국으로 건너오면서 Klasse라는 브랜드를 론칭하였고, Klasse AIO, Klasse HGSG 이 두 제품을 내놓았다. Klass AIO는 요즘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하물며 1979년엔 어땠을까! Klasse AIO가 당시 사람들의 광내는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니까말이다. 요즘은 이에 못지 않은 제품들이 많이 나와있는데 좋게 표현하면 약간씩 다른 변화를 주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큰 차별점 없이 고만고만한 제품들이 많다는 얘기이다.
Duragloss는 1975년도에 Polish 제품의 포뮬레이션을 완성하여 지금까지 가성비 제왕의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용기와 포장은 고급스럽지 않지만 성능만큼은 요즘 제품들에 결코 밀리지 않는다. 1980년대 초반 출시된 Liquid Glass Auto Polish는 청량감 있는 냄새와 그 성능(작업성, 광택 등)으로 2000년대 초중반까지 그 인기가 지속되었다. 유통망의 문제로 수년 전 갑자기 대형 쇼핑몰에서 자취를 감추었으며 현재는 아마존닷컴이나 이베이 등을 통해서만 제품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실런트계의 독고다이 Zaino는 2001년 Guru Reports에서 실시한 왁스/실런트 성능 테스트에서 실런트 부문 1위을 차지한 고퀄리티의 실런트이다. 2004년에 Zaino Z2 Pro, 2006년엔 Zaino Z5 Pro, 2007년엔 Zaino AIO, Zaino Clear Seal 등의 신제품을 출시한 후로 지금까지 6년째 별다른 신제품 소식이 없다. 더 이상의 신제품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카나우바왁스의 전통 명문가 Zymol의 Atlantique Glaze는, 폴로(Polo) 브랜드의 창시자이자 상류사회의 스타일을 보편화한 패션 디자이너 랄프 로렌의 1937년식 부가티 Type 57SC Atlantique를 위해 특별히 개발된 커스텀 왁스라고 한다. 그 커스텀 왁스를 입고, 랄프로렌의 부가티는 1990년 미국에서 열린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서 콩쿠르 최고상인 'Best of Show'를 수상하였다. 물론 Zymol Atlantique 덕분에 우승했다고 판단할 순 없다.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는 기본적으로 클래식하고, 진귀하고, 우아하고, 품격있는 차를 선발하고, 클래식 차량의 복원 수준과 차량 정비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Pinnacle Souveran은 Zymol의 Destiny 왁스(Zymol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Destiny 왁스를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 우승에 빛나는 왁스라 소개하고 있다.)를 벤치마킹하여 만든 왁스로, 15개월간 왁스 개발에 전념하여 1992년 중반에 마침내 개발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왁스 제작자는 Pinnacle Souveran의 성능과 결과물은 Zymol Destiny에 결코 뒤지지 않으며, 매우 합리적인 가격의 왁스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랄프로렌의 1930년식 Mercedes Benz SSK "Count Trossi"는 1993년 페블비치 콩쿠르 델레강스에서 'Best of Show'를 수상하였는데, 이때 Pinnacle Souveran이 발려졌다고 전해진다. (Pinnacle은 미국 최대 카케어 제조, 유통 그룹인 PBMG(Palm Beach Motoring Group)에서 육성하는 카케어 케미컬 브랜드이다.)
맥과이어스는 1951년 맥과이어스에서는 처음으로 MGH-16이라는 자동차 왁스를 출시하였다. MGH-16은 후에 M16 Professional Paste Wax로 개명되었는데 현재는 VOC(휘발성 유기화합물) 기준 초과로 미국 내에서는 유통되지 않으나 그 이외의 지역에서는 여전히 좋은 평을 얻고 있다. 미국 맥과이어스 온라인 포럼(MOC)에는 비공식 루트로 M16 Professional Paste Wax를 구해 사용하는 매니아들도 더러 보인다.
맥과이어스 글레이즈의 대표작 No.7 Show Car Glaze는 2차 세계대전 후 Mirror Glaze Sealer&Reseal(사진 맨좌측)이라는 제품명으로 출시되어 계속해서 업그레이드되고 용기가 바뀌어 지금의 모습(사진 맨우측)을 띄고 있다. 수십년 동안 개선은 이루어졌겠지만 이 제품의 원천기술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60년 전에 개발된 것이다.
제조방법이나 성분 등에 있어서 제조사의 입장에서는 많은 변화가 꾀했을 수도 있으나, 사용자 입장에서 신생 브랜드의 최신 제품들과 오래된 브랜드의 스테디셀링 제품들을 두루 사용해본 결과, 각각의 결과물들이 눈에 띄는 차이를 나타내지는 못한다는 점에서 제품의 본질적인 성능의 개선보다는 마케팅적인 차별화를 위해 용기(bottle), 향, 색상 등 감성적 품질 위주로 개선이 이루어진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3. Re-Labeling에 대한 루머들
리레이블링(Re-labeling)은, 제조사의 기존 제품에 주문자(주로 유통업체)가 요구하는 브랜드나 로고 등만을 바꿔 제품화하는 것으로, 프라이빗 레이블링(Private Labeling)이라고도 부른다.
인터넷을 통해 이러한 프라이빗 레이블링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카케어 케미컬 업체를 잠깐 검색한 결과 7곳을 찾을 수 있었다. Warnerchemical, Chemical Guys, The treatment, Allbrite car care products, Instafinish, Autobrite, The Lab Zone. 잠깐 검색한 결과이니 실제 프라이빗 레이블링 비즈니스를 하는 곳은 더 많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느 인터넷 포럼에서는 다음과 같은 해프닝이 소개되기도 했다. 어떤 사람이 Chemical Guys에 프라이빗 레이블링에 대해 문의한 후 곧바로 Instafinish에 전화를 걸어 프라이빗 레이블링 담당자를 찾으니 Chemical Guys에서 통화한 사람이 받더라는 것이다. 카더라식의 내용이라 정확한 진위여부가 확인되지는 않았다. Warnerchemical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그곳에 소개된 제품들 모두 Instafinish 브랜드 제품이다. Warnerchemical이 1959년 설립되었고, Chemical Guys는 2000년대 중반에 론칭한 브랜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Chemical Guys와 Instafinish의 제품들은 모두 Warnerchemical에서 생산되고 있음을 추측해볼 수 있다.
고가의 소형 브랜드 제품이 프라이빗 레이블링 비즈니스 업체가 가진 제품과 비슷한 특성(향, 색상, 점도, 결과물 등)을 가지고 있는 경우 리레이블링 이슈는 사용자들에 의해 계속 제기되는데, 사실 이것은 회사의 사활이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어떤 회사도 프라이빗 레이블링임을 자백하는 경우는 없다.
오랫동안 제기된 리레이블링 이슈 중의 하나는, 'Adam’s Premium Car care, Poorboy’s 제품들이 Chemical Guys의 프라이빗 레이블링 제품이 아니냐‘는 이슈로, 제품 이름이 유사하고, 제품의 용기와 색상까지 비슷하여 많은 의혹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지만 Adam's 측에서 강력하게 부인하는 이상 심증만 갈뿐 확실한 물증은 잡기 어려워 지금은 잠잠해진 상태다.
Zaino와 Duragloss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추측이 있어왔다. 각사의 제품 라인업의 유사성, 일부 제품간 비슷한 성상, 비슷한 라벨링 표시 방식 등을 놓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성분의 화학적 분석을 통해 객관적 데이터로 비교하지 않는 이상 이 문제 역시 '아폴로 11호의 달착륙에 대한 진실'만큼이나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다.
여러 곳에서 프라이빗 레이블링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만큼 실제 리레이블링되는 제품들도 적지 않을 것 예상한다. 그러나, 라벨링뿐만 아니라 제품의 용기, 색상, 향 등을 바꿔 이러한 리레이블링 이슈들을 회피하는 경우 또한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리레이블링 이슈의 맥(脈)은, 리레이블링이 사실이냐 아니냐에 있지 않다. 중요한 점은, 그 제품들이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유사하고 성능면에서 큰 차이점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설령 색상이나 향이 비슷할지라도 성능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면 리레이블링 이슈가 생길 이유는 없지 않을까?
4.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1. 차가꿈은 행복해야 한다.
삶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차가꿈은 삶의 일부분이다. 그러므로, 차가꿈은 행복해야 한다. 만약 차가꿈으로 인해 당신의 삶이 피폐해진다면 그 원인이 되는 것을 바로 잡거나 멀리해야 한다. 극단적인 경우 차가꿈도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차가꿈 자체가 당신을 불행하게 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차가꿈은 당신에게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종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가꿈은 당신을 구속하거나 어떤 의무의 이행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차가꿈으로 인해 당신 삶의 일부분이 피폐해진다면, 그 원인은 차가꿈이 아니라 차가꿈에 대한 당신의 강박관념에 있을 것이다.
2. 차가꿈의 중심은 당신이다.
조금 다르거나 나에게 조금 더 맞는 제품이 있을지언정 환호성을 질러야 할 제품은 없다. 설령 조금 덜 맞는 제품이라고 해서 그걸 두고 당장 새로운 것을 살만큼 특별한 제품도 없다. 또한 언제 쓸지 모르면서 미리 사두어야 할 만큼 희소성 있는 제품도 없다. 지금껏 그것 없이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본 적이 없다면 그건 당신에게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다. 소비의 노예, 마케팅의 피해자가 되지 말자. 차가꿈의 중심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제품이 아닌 당신이어야 함을 잊지말자.
3. 차가꿈이 본(本)이고, 도구는 말(末)이다.
'명필은 붓을 가리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좋은 도구로 차가꿈하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아마 옛선비들도 좋은 붓과 먹, 좋은 벼루와 종이를 선호했을 것이다. 그런데 글씨 연습한 종이는 몇장 안되면서 붓은 수십종이요, 먹은 평생 갈아도 다 못쓸만큼 쟁여놓고 붓자랑과 먹자랑에 열을 올리고 있는 선비가 있다면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명필은 피나는 연습의 결과이지 얼마나 좋은 붓과 먹을 가지고 연습했냐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차가꿈에서도 그와 같이 본말전도(本末顚倒)된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차가꿈의 전체적인 맥을 잡는 것이 우선이다. 차가꿈의 동서남북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요즘은 까페나 블로그들에 네이게이션처럼 자세한 차가꿈 가이드가 있어 동서남북을 몰라도 차가꿈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네이게이션에 의존하는 사람은 갑자기 네이게이션이 먹통이라도 되는 날엔 영락없이 도로 위의 미아가 된다. 626마력, 제로백 3.8초를 자랑하는 벤츠 SLS 맥라렌 로드스터를 타고 있다고 해도 달라질게 없다. 이것 다음에 저걸하고, 저것 다음에 그걸 하는 방식으로는 절대로 차가꿈의 맥을 잡을 수가 없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차가꿈의 어느 지점인지를 인식하는 것이 차가꿈의 맥을 잡는 방법이고, 무엇을 위해 이걸 하는지 이해하는 것이 차가꿈의 동서남북을 파악하는 방법이다.
5. 고찰과 글쓰기에 대하여
1. 오늘 한 차가꿈의 과정들을 복기해보고, 방법과 효과성이 불분명한 부분은 없었는지 생각해보자.
행위 하나하나에 의문을 품어야 한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자문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숙성시킨 다음에 경험자에게 묻는 것이 좋다. 처음부터 경험자에게 묻게 되면 생각이 깊어질 수 없다. 생각이 깊어져야만 방법과 도구로부터 자유로와질 수 있다. 중요한 것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며, 군더더기와 허식(虛式)을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명필이 붓을 가리지 않는 이유는 붓으로부터 자유로와질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2. 더 좋은 제품에 대한 환상을 품기보다는 하나의 제품을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어보자.
한가지 제품의 기본 원리와 특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게 되면 다른 제품을 접했을 때 제품의 유사성과 차이점에 대해 말할 수 있지만, 그 전에 여러가지 제품을 접하게 되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될 뿐이며 유사성과 차이점에 대한 눈을 뜨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면 뭔가 더 확실한 것이 있을거라는 환상을 계속해서 품게 될 것이고, 지름신 앞에 당신은 무방비 상태가 될 것이다.
3. 차가꿈 하는 동안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는지 자문해보자.
몰입은 행복을 위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몰입의 순간만큼은 나를 잊는 것이고, 나를 버리는 것이다. 무아지경을 경험한 후 느껴지는 정신적 포만감에서 당신은 행복을 느끼게 될 것이다. 몰입할 수 없었다면, 그 원인을 찾아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보자.
4.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을 글로 써보자.
글쓰기는 생각을 정리하는데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글쓰기를 통해 생각들을 정리함으로써 차가꿈의 맥과 동서남북의 개념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글쓰기는 해무(海霧)낀 밤바다의 안개를 걷어내고, 당신의 항로를 훤히 비춰주는 등대가 될 것이다. 편안해지고, 여유를 갖게 될 것이며, 차가꿈이 주는 본질적 즐거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글쓰기는 당신의 차가꿈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할 것이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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