왁스 레이어링(Wax layering) 이야기
본 포스팅은 2008년 1월 25일자 '왁스 레이어링 이해하기'의 Revision 포스팅입니다.
한 번은 허전하고, 두 번은 섭섭하고, 세 번은 발라야 왁스좀 발랐구나~ 했던 때가 있었다. 사실 두 번까지는 처음보다 더 나아진 느낌을 받을 수 있지만 세 번부터는 그 감흥이 그리 크지 않을 때가 많다. 바르면 바를수록 더 좋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면 아마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발랐을 것이다.
왁스 레이어링(겹바름)은 한층 더 견고한 피막을 형성하여 광택면에서나 보호력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차가꿈 애호가들이 즐겨 쓰는 왁싱 기법이다. 물론 레이어링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왁스 효과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어떤 왁스던지 한 번의 바름으로 본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레이어링은 어디까지나 선택사항이다.
레이어링을 선택했다면 레이어링에 대한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왁스 피막이라는 것이 계측기로 측정할만한 두께를 가지고 있지도 않거니와 시각적으로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아닌 만큼 이왕 레이어링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레이어링이 잘 될 수 있는 조건들을 최대한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버핑 (buffing)
버핑은 대상 표면을 문질러 광택을 내는 행위를 말한다. 버퍼(buffer) 또는 버핑 머신(buffing machine)은 광택을 내는 기계 즉, 광택기나 폴리셔(Polisher)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버핑 패드(buffing pad)는 폴리셔에 부착하여 대상 표면을 연마하거나 다듬는 용도의 패드를 의미하며, 버핑 타월(buffing towel)은 도장 표면에 발라 놓은 왁스를 닦아내고, 투명한 광택이 나올 때까지 문지르는데 사용하는 타월을 일컫는다. ‘왁스가 건조되면 버핑하세요.’ 이 얘기는 (타월로) 건조된 왁스를 닦아내고 투명한 광택이 날 때까지 문지르란 얘기다.
건조시간 (Drying time)
왁스가 도포된 후 용제(솔벤트)가 휘발되고, 왁스 성분이 도장 표면에 피막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건조 중에 버핑할 경우 형성 중인 피막도 같이 닦여 나갈 수 있다. 이런 경우 도장 표면에 남겨진 왁스 피막이 균일하지 못해 얼룩을 남기는 경우도 있으며, 정상적인 피막에서 기대할 수 있는 광택감이나 보호력을 갖기 어렵다. 건조시간은 왁스 제조사에서 권장하는 시간을 최대한 준수하는 것이 좋다. 왁스에 따라서 바르고 바로 타월로 버핑하는 경우도 있고, 20~30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있다. 왁스 사용설명서를 반드시 확인하자.
그러나, 왁스의 건조는 주변의 온도와 습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평소에는 20분이면 충분히 건조되는 왁스라도 비가 와서 습도가 높은 날씨에 바르면 40~50분이 지나도록 건조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특히 기온이 낮고 습한 경우에는 시간을 정해놓고 왁스를 닦아내는 것보다는 손가락 끝으로 왁스가 발린 곳을 살짝 스치듯 닦아내어 건조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넘길 때 손가락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가볍게 스치는 동작과 매우 비슷한 동작이다.
손가락이 스친 자리가 깨끗하게 닦여져 나갔다면 버핑해도 괜찮은 타이밍이 된 것이다. 만약 왁스 자국이 뭉겨져 있다면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러나, 미세한 수분입자가 날아다니는 세차장이나 아주 습한 지하주차장의 경우 아무리 기다려도 깨끗이 닦여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왁스의 건조여부를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닦아내어 판단하는 것을 스와이프(Swipe) 테스트라고 한다.
경화시간(Curing time)
건조시간이 왁스 피막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라면, 경화시간은 형성된 피막이 견고하게 안정화되기까지의 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왁스를 한 번 바르고 마치는 경우라면 경화시간에 그리 민감할 필요는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저절로 경화는 진행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왁스를 두 번, 세 번 바르는 레이어링의 경우에 있어서 경화는 중요한 부분이다. 왁스 피막의 경화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왁스가 또 발려질 경우 왁스에 포함된 솔벤트에 의해서, 왁스가 발려진 패드의 물리적 압력에 의해서 처음 형성되었던 피막은 손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페인트가 마르기 전에 그 위로 다시 페인트를 바르면, 덧칠되는 듯 하다가 발려진 부위가 지워지는 이치와 같다.
그러면 왁스 피막이 완전히 경화되는데까지 얼마나 소요될까? 경화시간 역시 건조시간과 마찬가지로 주변의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경화시간은 가변적이며 왁스 제조사조차 공식적인 경화시간을 명시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왁스 경화에 관한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짧게는 8시간부터 길게는 48시간까지 소요된다고 한다. 제조사에서 특별히 경화시간에 대해 명시하지 않은 경우라면 12시간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보편적이다. 경화가 충분히 되지 않았을 경우에는 타월로 힘 있게 문질러도 피막이 손상될 수 있고, 세정력 있는 물왁스(퀵디테일러)도 왁스의 경화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레이어링시 왁스 도포는 달라야 한다.
왁스는 왁스로 지운다는 말이 있다. 왁스 버핑 후 하루 이틀 지나 발견한 왁스 얼룩이 타월로 문지르기만 해서는 지워지지 않을 때 동일한 왁스를 패드나 타월에 묻혀 얼룩진 부위를 문지른 후 닦아내면 대부분 지워진다. 왁스에 포함된 용제(솔벤트)가 얼룩진 왁스를 녹이는 주요 성분이고 패드나 타월로 문지르는 행위 자체도 물리적인 세척 작용이기 때문이다. 왁스 피막이 완전히 경화되었다고 하더라도 레이어링시 과도한 양의 왁스를 사용하거나 과도한 양이 아니더라도 힘주어 바를 경우 경화된 왁스 피막이 훼손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레이어링시에는 가급적 적은 양의 왁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고, 동일한 부위를 과도하게 반복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가급적 힘을 적게 주고 바르고, 타월로 버핑할 때에도 가볍게 버핑하는 것이 좋다.
레이어링의 진정한 목적은 왁스 피막을 겹겹이 쌓는 것이 아니다.
레이어링을 하면 할수록(3차, 4차, 5차...) 왁스 피막은 점점 두꺼워지고 광택은 더욱 향상될까? 이 부분에 대해서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스무 번의 레이어링을 해도 결과물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거나 평가하기 어렵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때문에 레이어링의 횟수와 결과물에 목적을 두는 것보다는 레이어링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편이 훨씬 유익할 것이다.
한 번의 왁싱으로 도장표면에 왁스 피막을 균일하게 형성시키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어떤 곳은 조금 두껍게, 어떤 곳은 조금 얇게, 어떤 곳은 아예 발려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한번의 왁싱으로 도장면을 전체적으로 커버할 수는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빈틈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아래 사진은 Spectrum Gloss mapping(스펙트럼을 이용한 광택 매핑)을 통해 도장 표면의 광택도를 지형화시킨 이미지이다. 왁스를 바르지 않은 곳을 경계로 하여 위쪽은 왁스층이 균일하게 형성되었고, 아래쪽은 왁스층이 균일하게 형성되지 않았다. 왁스의 종류에 따라서, 같은 왁스임에도 시공자에 따라서, 왁스 레이어링 여부에 따라서 이러한 결과물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 맥과이어스 홍보 동영상 화면에서 캡쳐한 화면으로 한글 번역은 본 포스팅 내용에 적합하도록 수정하였음.
왁스층이 균일하지 못한 부위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일정시간의 경화시간 후에 레이어링 시의 준수사항이나 주의사항을 참고로 하여 왁스를 한번 더 바르면 된다. 레이어링의 진정한 목적은 이렇게 균일하지 못한 왁스층을 균일한 왁스층으로 만들어주는데 있다. 균일한 왁스층이 형성됨으로써 광택도가 향상되고 왁스 피막의 보호력과 내구성에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레이어링을 위한 조건들
성공적인 레이어링을 위해서는 2가지 요건이 있다. 먼저 1차(베이스) 왁스 피막의 훼손을 최소화해야 하고, 1차 왁스 피막에 새로운 왁스 피막이 잘 형성되어야 한다. 1차 왁스 피막의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왁스에 클리너 성분이나 연마입자가 포함되지 않는 순수 왁스이어야 한다.
사용하는 왁스가 클리너 성분이나 연마입자가 포함된 클리너 왁스인지 또는 순수 왁스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면 왁스 설명서를 읽어보면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도장 표면의 얼룩이나 물때를 제거할 수 있다거나, 스월마크와 같은 미세한 흠집을 제거 또는 완화시킬 수 있다고 표현되었다면 클리너왁스로 분류하면 된다. 광택이 증진된다, 지속효과가 좋다는 식의 표현만 사용되었다면 순수 왁스일 가능성이 높다. 클리너왁스는 클리너 성분이나 연마입자로 인해 도장면에 문지를 경우 1차 피막을 크게 훼손하거나 제거하게 되고, 경화시간을 지켜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왁스 피막만 남게 된다.
1차 왁스 피막에 새로운 왁스 피막이 잘 형성되기 위해서는 1차, 2차 모두 동일한 왁스(클리너 왁스 제외)를 사용하면 되는데, 만일 합성왁스(실런트)와 카나우바왁스를 사용한다면 1차 왁스에는 합성왁스, 2차 왁스에는 카나우바왁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합성왁스는 도장 표면을 이루고 있는 클리어코트와의 분자결합을 통해 왁스 피막이 도장 표면에 접착되는 형태이어서 카나우바왁스 피막 위로 바를 경우 합성왁스의 피막이 도장면에 제대로 접착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카나우바왁스는 그 피막이 대상 표면을 얇게 덮고 있을 뿐 분자결합을 통해 접착되는 방식이 아니어서 합성왁스 피막 위에 발라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것 역시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레이어링에 대한 샤마의 조언
1. 레이어링에도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된다.
레이어링을 하면 할수록 그때마다 증가하는 만족도는 점점 감소한다. 레이어링에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 등을 감안한다면 과도한 레이어링은 의미를 갖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레이어링은 2~3회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2. 야외 주차환경이라면 무리하게 레이어링 할 필요는 없다.
1차 베이스 왁스의 경화를 위해 적어도 8시간 이상을 야외에 주차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면 크고 작은 먼지들로 도장면이 뒤덮히고 만다. 이 상태에서 왁스를 바를 수는 없기 때문에 레이어링을 위해 다시 샴푸 세차를 하거나 고압수 세차를 하는 경우도 있다. 왁스 피막은 그리 강력하지 않다. 햇볕을 오래 쬐거나 강한 압력을 받아도 약화된다. 물론 세차(카샴푸, 미트질, 고압수)에 의해서도 훼손된다. 고압수에 왁스 피막이 흠씬 두들겨 맞고, 샴푸 미트질로 유분이 닦여나가고, 다시 헹굼 고압수에 신나게 두들겨 맞는다. 레이어링을 위해 이제 막 경화된 피막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한껏 약화된 피막 위로 새로운 왁스 피막을 형성시키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 레이어링일까? 불완전한 레이어링 보다는 제대로 한번 바르는게 나을 수 있다.
3. 레이어링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합성왁스와 카나우바왁스를 병행하여 레이어링하거나 서로 다른 합성왁스로 레이어링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왁스간의 특성이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광택을 저하시키거나, 버핑 후 얼룩을 남기기도 한다. 즉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지속성에 있어서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사용자들로부터 별 문제가 발견되지 않은 검증된 왁스들을 사용해서 레이어링하는 것이 안전하다.
4. 레이어링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정상적인 왁스라면 한번의 시공으로도 본연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한다. 레이어링은 본연의 성능에 약간의 어드벤티지를 더할 수 있을 뿐 그 자체의 성능을 좌우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차가꿈 애호가라면 한번쯤 시도해보고, 그 효과성을 직접 판단해볼만한 옵션임에는 틀림없다.
감사합니다.
'Waxing & Polising > Wax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FMJ의 추억 (8) | 2012.07.12 |
---|---|
왁싱하기 좋은 날은? (28) | 2009.07.15 |
얇게 왁싱하는 방법 (액체형 합성왁스 및 실런트) (44) | 2008.10.25 |
레이어링이 피막 두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26) | 2008.08.24 |
손쉬운 왁싱 방법 (21) | 2008.07.06 |
세차장 가는 길은 어떠해야 하나?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러움을 벗어버리겠다는 욕구에서(설마 이런 분이 계실지는 모르겠지만) 강한 브레이킹을 연발하며 고속질주 하진 않는가? 만약 그렇다면 세차장에 도착했을 때 고압수에 앞서 브레이크 디스크(로터)가 식을 만한 시간을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차가운 고압수가 뜨거운 디스크를 변형시킬지 모르니 말이다. 20분 이상은 족히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차장 가는 길은 고속질주가 무의미하다.
꼭 고속질주를 하지 않더라도 브레이크 디스크와 엔진룸의 열을 조금이라도 더 식히기 위해 으레 보닛을 활짝 열어 놓고 여유를 부리는 경우도 있다. 때론 이것이 세차 전 필수 절차로 인지되어 으레 그렇게 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한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
시속 80km로 달리는 중형세단이 급제동하면서 브레이크 디스크에 발생하는 순간열은 2리터의 물을 단 3초만에 끓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디스크가 식을 시간도 없이 브레이킹을 반복하게 되면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는 계속 상승하게 된다. 실제로, 브레이크 로드를 준 상태로 시속 50km의 속도를 유지할 경우 약 2분여 만에 브레이크 디스크의 표면 온도는 약 450°C까지 치솟았다(아래 챠트 참조). 때문에 긴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에는 엔진브레이크를 활용하여 풋브레이크의 사용을 최소화해야 브레이크의 파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급열과 급랭에 능한 브레이크 디스크
아래는 브레이크 디스크에 써모커플(열센서)를 장착하여 시속 50km의 속도로 바퀴를 구동시킨 후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가 450°C에 도달할 때까지 브레이크 로드를 주었을 때의 시간별 온도변화를 기록한 그래프이다. 피크 점 전까지는 브레이크 로드가 지속된 구간, 피크점 후부터는 브레이크 로드 없이 바퀴만 구동된 구간이다. (분홍색은 열센서 기록, 남색은 열화상카메라 기록)
* Source : Aerodynamic Cooling of Automotive Disc Brakes written by Arthur Stephens
* 브레이크 로드를 준 지 2분여 만에 450°C에 도달한 후 브레이크 로드를 풀고 시속 50km의 속도로 바퀴를 구동했을 때 3분여 만에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는 200°C까지 떨어졌다. (벤틸레이트 브레이크 디스크 장착)
브레이크 디스크의 변형 위험
세차를 자주 하는 분의 차량에서 갑자기 브레이크 떨림 현상(Brake judder)이 생긴다면 브레이크 디스크가 뜨거울 때 세차를 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의심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할 수 있다. 다음부터 그는 더욱 더 오랜 시간을 브레이크 디스크 식히는데 보내게 될 것이며, 동료들에게도 자신의 실제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세차 전 브레이크 디스크 식히기의 중요성을 강조할지도 모른다. 브레이크 떨림 현상의 원인이 정작 다른데 있었을지라도 말이다.
브레이크 디스크의 변형과 관련하여 확인해 본 해외 포럼들의 댓글들 중에는 다음과 내용을 간간이 볼 수 있었다. 비가 세차게 온 다음 유독 브레이크 디스크 변형 수리 접수가 많다는 것이다. 현업 정비사의 이야기이다. 우연의 일치였을 수도 있지만 물과 브레이크 디스크 변형에 대한 상관관계에 대해 의심을 품을 만한 대목이었다. 빗길 + 고속 + 강한 브레이킹, 이 세가지 조건이 딱 맞아떨어진다면 ?!
브레이크 디스크의 냉각
정말 궁금한 것은 어느 정도로 디스크가 식었을 때 안심하고 고압수를 뿌릴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찬물을 끼얹었을 때 변형이 되지 않을 만큼의 디스크 최고 온도를 제안하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닐 듯 싶다. 디스크의 크기와 두께, 사용연한 등 디스크의 상태가 저마다 제각각이며, 물을 뿌릴 때의 주변온도, 물의 온도, 물을 뿌리는 방식, 뿌리는 물의 양과 시간 등 냉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소한 변수들이 많아 일반화시킬 수 있는 어떤 경향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테스트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좀 달리 해보면, ‘어떻게 하면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 상승을 최소화시키며 세차장까지 갈 수 있을까?'에 대한 방안을 찾아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지 않을까 싶다. 마음껏 브레이킹하고 세차장가서 디스크가 식기만을 기다리는 것보다 디스크의 온도를 낮게 유지하여 세차장에 도착하는 편이 보다 지능적이지 않을까?
* Source : https://www.exa.com
열전달(Heat Transfer)은 대류(convection), 전도(conduction), 복사(radiation) 등의 3가지 방식으로 일어난다. 브레이크 시스템 공급업체인 BrakeOverstock의 기술자료에 따르면, 브레이크 디스크의 열전달에 의한 냉각비중은 차량의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At lower speeds, the balance is Convection 30%, Conduction 30% and Radiation 40%. At high speeds the balance changes to Convection 35%, Conduction 20%, and Radiation 45%. Therefore, at higher speed, convection heat transfer (air flow) becomes very important to remove heat.
* Source : http://www.brakeoverstock.com/home/tech/1
저속에서는 대류 30%, 전도 30%, 복사 40%의 비중으로 냉각이 이루어지지만 고속에서는 대류 35%, 전도 20%, 복사 45%의 비중으로 냉각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특히 고속에서는 대류방식에 의한 냉각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제동시 앞 브레이크의 비중이 약 70%에 달하고 있다. 그만큼 더 높은 열이 앞 브레이크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대류 냉각에 유리한 벤틸레이트 디스크가 앞바퀴 브레이크 시스템에 장착되어 있고, 제동력의 비중이 낮은 뒷바퀴에는 통풍 구멍이 없는 원판구조의 솔리드 디스크 또는 드럼 디스크가 장착된다.
세차장까지 이동하는 중 부득이 강한 브레이킹을 했다면 도착할 때까지는 브레이킹을 최소화하면서 주행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대류 냉각을 활용하는 것이 세차장에 도착하여 전도와 복사 방식으로만 냉각시키는 것보다 유리할 것이다. 물론, 어떤 운전방식이든 대류 냉각은 어차피 일어나겠지만 대류 냉각을 염두에 두고 운전을 한다면 브레이킹 패턴에 분명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아래는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가 470°C까지 올라가도록 제동을 한 다음 제동을 풀고 시속 50km의 속도로 바퀴를 구동했을 때 휠 타입별로 냉각시간의 차이를 나타낸 표이다.
* Source : Aerodynamic Cooling of Automotive Disc Brakes written (Author : Arthur Stephens)
통풍성이 좋은 개방형 알로이 휠(15“ Alloy Open Area=500㎠)을 장착했을 때의 디스크 냉각이 가장 좋게 나타났다. 470°C에서 100°C까지 냉각되는데 400초가 소요된 반면에 , 동일한 알로이 휠의 통풍공간을 모두 막았을 때(15“ Alloy Open Area blocked)는 100°C까지 냉각되는데 약 640초가 소요되었다. 여러 유형의 스틸 휠을 장착했을 때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어 보이는 결과물이다. 대류에 의한 통풍 냉각이 휠의 재질에 따른 전도성 냉각 효과보다 우수함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알로이 휠이 스틸 휠보다 전도성이 좋은 재질이기 때문에 비록 통풍구가 막혀있더라도 냉각효과는 약간 더 우세하게 나타나긴 했지만 말이다.
강한 브레이킹을 하여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가 250°C를 넘었더라도 개방형 알로이 휠을 장착한 차량이라면 대류 30% + 전도 30% + 복사 40%의 열전달 효과로 디스크의 온도를 5분만에 100°C 밑으로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
아래는 휠의 분당 회전수(RPM)에 따른 브레이크 디스크 바깥쪽면의 온도변화 추이이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RPM이 높을 수록 대류 냉각 효과가 뛰어나며, 솔리드 타잎보다는 벤틸레이트 타잎의 브레이크 디스크가 냉각면에서 월등한 차이를 보여준다. 디스크 표면온도가 90°C일 때 휠 회전이 1,200 RPM으로 5분간만 지속되더라도(물론 중간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디스크 온도는 40°C 미만으로 떨어짐을 보여주고 있다.
* Source : Analysis of temperature and pressure distribution in brake disc for regenerative braking
나의 세차장 가는 길
세차도 할 겸 세차장까지 운행하는데 브레이크 온도가 얼마나 올라가는지 궁금해 모닝에 시동을 걸었다. 의왕에서 수지에 있는 세차장까지의 거리는 약 17km이다. 급제동 없이 적당히 브레이크를 밟는 정도로 세차장까지 이동해보기로 했다. 의도적으로 브레이킹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다. 가는 길은 약 7km 일반도로 -> 약 3km 고속도로(용인서울 고속도로) -> 약 7km 일반도로로 구성되어 있다.
▶ 출발전 브레이크 디스크 표면 온도 14.9°C
▶ 세차장에 도착했을 때의 온도 59.3°C
▶ 동전을 교환하고, 버킷에 물을 받는데 걸린 시간 약 10분 소요
▶ 세차장 도착 후 약 10분이 경과했을 때의 온도 42.3°C
약 10분 동안 디스크 표면온도가 17°C 가량 떨어졌다. 추가적인 대기시간 없이 바로 고압수를 뿌렸다. 브레이크 디스크가 완전히 식은 상태에서 출발한다면 의왕에서 수지까지 운행했다고 해서 세차 전 별도의 대기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일반 운행 테스트
중형 SUV로 운행했을 때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변화를 측정해보았다. 총 26km를 운행하였으며, 일반도로 5km -> 외곽순환도로 12km -> 일반도로 9km 순으로 이동하였다. 출발 전 약간의 운행으로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가 약간 올라가 있다.
급가속, 급제동을 하지 않는 정도로 주행하였다. 26km를 운행한 것 치고는 디스크의 온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차량 외기온도계는 23.5°C가 표시되었다.
약 20분 뒤 다시 디스크 온도를 측정했다. 디스크의 온도는 생각보다 더 많이 떨어져 있었다. 도착 후 10분 가량 되었을 시점의 온도는 앞뒤 모두 50°C 미만일 것으로 추측된다. 도착지가 만약 세차장이었다면 별도의 대기시간 없이 동전 교환, 버킷 물 채우기, 카샴푸 풀기 등을 한 후(약 10분 소요) 바로 고압수를 분사해도 별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 생각한다.
* 브레이크 디스크의 열 누적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신호 대기 중에는 기어를 중립에 놓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올린 후 풋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었다. 이런 방법이 브레이크 디스크의 냉각에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는 확인하지 못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가 어느 정도까지 떨어졌을 때 세차를 해도 되는가에 대한 속시원한 결론을 내리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 각자 나름의 생각과 기준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여태 기다리지 않고 세차했어도 별 문제 없었는데? 급열에 강하면 급냉에도 강하니 100°C 이하면 괜찮지 않을까? 설마 70°C 정도에 휘는건 아니겠지? 누가 그러던데 60°C 밑이면 괜찮다던데? 그래도 미지근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지 않을까? 그냥 30분 정도 기다렸다하면 충분하지 않을까? 차라리 실내세차먼저 하고 외부세차를 하는 편이 안전하겠어.
어느 온도까지 식혀야 안전하다는 제안을 드리지는 못해도 세차장 가는 길은 어떠해야 하고, 세차는 어떻게 해야 브레이크 디스크의 열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에 대한 나름의 제안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1. 세차장 가는 길은 가급적 여유롭게 가자.
가급적 급가속은 자제하고, 도로 상황을 예측하여 급제동을 피하자. 이렇게 함으로써 정상적인 브레이킹에서 발생한 열은 주행 중 대류 냉각에 의해 최대한 식힐 수 있다.
2. 세차장까지의 이동거리가 짧고(20km 미만?), 1번의 사항을 준수했다면 세차를 준비(동전 준비, 버킷에 물받기, 카샴푸 희석하기 등)하는 시간만으로도 안전할 것이다.
3. 장거리를 이동하여 왔고, 1번의 사항을 준수하지 못했다면 맘편히 실내 먼저 청소하자. 이때 보닛을 활짝 개방하면 보닛 표면온도를 낮추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보닛 표면 온도를 낮추려고 하는 이유는 도장의 열충격(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는 측면이 강하다.) 이외에도 보닛이 뜨거울 경우 물기가 금방 말라 워터스팟을 만들어내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압수나 샴푸질은 보닛과 앞휀더를 마지막에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도 많다.
4. 2번에 해당하지만 그래도 불안하다면 바퀴쪽은 마지막에 물을 뿌리자.
마지막에 물을 뿌릴 때에도 휠 정면으로 고압수를 분사하지 말고 비스듬히 분사하여 되도록이면 디스크에 물이 덜 닿도록 하면 더 안전할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타이어와 휠 하우스에만 고압수를 분사하고, 휠은 생략하거나 고압수 레버를 풀어 수압을 약하게 한 후 휠 표면 위주로 짧고 가볍게 분사한다. 샴푸 세차 후 마지막 헹굼까지는 디스크가 안전할 만큼 식을 시간이 주어지므로 마지막 헹굼시에는 휠에 꼼꼼히 분사해도 괜찮다.
[업데이트] 2014. 3. 30
의왕 집에서 청주까지
어머니를 뵈러 어제, 오늘 청주에 다녀왔습니다. 120km 가까이 되는 길이었는데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급제동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필요하면 엔진브레이크를 활용하며 풋브레이크는 최대한 줄여서 사용했습니다. 청주에 도착하자마자 한 행동은 브레이크 디스크 온도를 재보는 것이었습니다.
▶ 앞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 39.2°C, 뒷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 26.2°C
예상보다 낮은 온도가 측정되었습니다. 이런 정도라면 대기시간 없이 바로 고압수를 뿌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주에서 의왕 집까지
청주에서 출발하여 집에 도착했을 때의 온도를 다시 측정해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안전거리를 유지하여 급제동은 거의 하지 않았으며, 다른 차들로 인해 부득이한 급제동은 두어번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엔진 브레이크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이동거리는 115.9km였습니다.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그고 바로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를 측정해보았습니다.
▶ 앞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 54.0°C, 뒷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 44.8°C
10분 후 다시 측정해보았습니다.
▶ 앞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 37.9°C, 뒷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 30.4°C
도착한 곳이 세차장이라면 동전을 바꾸고, 버킷에 물을 담고, 카샴푸를 풀고, 세차 도구들을 준비하는 시간 (약 10분)이면 추가적인 대기시간 없이 바로 세차를 해도 괜찮을 온도라고 생각합니다.
브레이크 디스크 온도에 관한 포스팅을 준비하고, 마치면서 느꼈던 것은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는 주행한 거리와는 의미있는 상관관계는 없다는 것입니다. 브레이킹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백 킬로를 달려도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는 낮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 디스크의 온도를 최대한 낮추며 운행하는 것으로부터의 이득은 많은 것 같습니다. 세차 전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것보다 더 큰 잇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 안전 거리를 유지하다보니 저절로 안전 운전을 하게 된다는 점
- 브레이크 사용을 최소화하여 연비 운전이 가능하다는 점
- 브레이크 디스크와 브레이크 패드의 마모를 줄여 부품 교환 주기를 더 길게 가져갈 수 있다는 점
감사합니다.
'Articl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디테일링을 말한다 (2) | 2014.04.23 |
---|---|
문콕(덴트),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3) | 2014.04.03 |
차 가꿈 용품에 대한 고백 (24) | 2014.01.03 |
고압수 바로 알기 (13) | 2013.12.24 |
Wax on, Wax off - 영화에서의 차가꿈(디테일링) (4) | 2013.12.11 |